`또다른 차별' 지적에 경찰장 착용 범위 검토 착수

(서울=연합뉴스) 계급 조직인 경찰의 근무복 어깨에 계급장 대신 경찰장을 부착하는 '파격'이 시행 보름을 맞으면서 경찰 내부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계급장을 뗌으로써 일선 경찰관이 좀 더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려고 이 같은 제도를 시행했지만 실상은 경찰장을 다는 경찰과 계급장을 다는 경찰을 양분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경찰서 한 경관은 23일 "하위계급이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법 집행을 하도록 계급장 대신 경찰장을 달도록 한 조치에 대해 일부분 공감하지만 실제로는 계급장을 달아야 하는 경찰과 달지 않아도 되는 경찰이라는 또 다른 차별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서울 일부 경찰서와 광주지방경찰청 등에서 경위 이하 계급을 대상으로 이 같은 제도 변경안을 시범 실시해 본 이후 지난 8일부터 강원청, 대전청, 울산청, 제주청 등으로 확대했다.

경위급이라도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계장, 지구대 팀장 등 보직을 가진 경우나 기동부대 근무자 등은 계급장을 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예외 대상으로 설정했다.

서울 소재의 또다른 경관은 "경찰장 때문에 보직 있는 경위와 보직 없는 경위 간에 구별이 생기면서 보직이 없는 고령의 50대 경위들이 경찰대를 졸업한 보직 있는 20대 경위를 보면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경위 전체에 경찰장을 적용하든지 실무자로 볼 수 있는 경감까지 확대하든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장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은 경찰 내 계급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 중인 경장 이하 상당수 일선 근무자들은 계급 때문에 민원인들이 얕보는 일이 줄어 만족하는 정서가 강하고 제도 예외 대상인 경감이나 경정 이상 계급은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둔감하다.

일부 현장 경찰들은 경찰장 부착에 전반적인 찬성 의견을 내면서 계급에 상관없이 근무복에는 경찰장을, 정복 또는 예복에만 계급장을 부착하는 것이 좋겠다는 급진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경찰청은 계급 위주로 지나치게 경직된 경찰 조직 내 문화를 일신하고 하위 경찰관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경찰장 제도를 추진 중이다. 다만 보직이 있는 간부급에는 책임감을 대내외에 알린다는 차원에서 계급장을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보직이 없는 경위급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등 현장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 "아직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경찰장을 부착하는 계급이나 보직 및 부서 등 범위를 추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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