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순국 선열의 날을 맞이해 충북 청주시 삼일공원에서 광복회 충북지부가 사진전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7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순국 선열의 날을 맞이해 충북 청주시 삼일공원에서 광복회 충북지부가 사진전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7

‘독립투사 순국선열 기리다’

180점 작품 공원 야외 전시

자체 이동전시회, 각종 한계

“독립운동가 기념관 지어야”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충북 청주시 붉은 단풍이 내려앉은 삼일공원에서 독립투사의 업적이 담긴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작품은 충북도 출신 독립운동가 사진과 전국 각지 독립운동 사진 각각 50점, 130점 등 총 180여점이 전시됐다. ‘관람 시작’이라는 푯말과 함께 걸어가며 사진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 근대사를 한눈에 조망하게 된다.

전시된 사진들은 윤봉길 의사가 처형당하는 모습과 김좌진 장군 군대가 청산리 전투에서 결투하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독립투사 사진뿐 아니라 당시 농민이 일본군에 수탈을 당하는 모습이나 학도병들의 일대기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이씨(70대, 남, 서울)도 만날 수 있었다. 고령에도 매년 행사 때마다 서울에서 청주까지 내려와 순국선열의 날을 기리고 있다.

이씨는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우리가 역사를 잘 배운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독립운동가 후손들 중 반 이상은 어렵게 사는 게 마음 아픈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시회는 매해 충북 광복회에서 주최하고 있다. 장기영 광복회 충북 지부장은 전시된 사진을 가리키며 “사진을 보면서 80대 노인들이 막 운다. 그래서 물어보면 ‘어릴 때 생각이 난다’며 고맙다고들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어른보다도 커나가는 학생에게 알리고 싶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교훈처럼 어느 지역이든 아이들 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만사를 제쳐놓고 간다”고 미소 지었다.

장 지부장의 말처럼 광복회 충북지부는 학생 교육의 일환으로 단양·제천 등에서 1박 2일 ‘찾아가는 전시회’도 열고 있다. 찾아가는 전시회인 만큼 180여점이나 되는 작품을 교육 장소마다 이동시킨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전시된 사진전 작품에 빗물이 들어가 변색된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1.11.17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전시된 사진전 작품에 빗물이 들어가 변색된 모습이다. ⓒ천지일보 2021.11.17

그러나 문제는 판넬이었다. 모두 빗물에 취약한 플라스틱 재질이어서 물이 들어가면 노랗게 변색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몇년 전 행사 때 장대비가 쏟아져 ‘청산리 전투 승리 기념(1920)’ 판넬 상단도 때가 탄 듯이 갈색으로 변색돼있었다. 주위 몇 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동하는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사진 판넬 한개당 크기도 성인 남자가 들어야 할 정도로 무거웠으며 이를 받치는 지지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장 지부장은 “추후 기념관이 개설돼 전시에 불편함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충북에 무명 독립운동가들이 참 많은데 그분들을 모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소망을 전했다.

전시회를 둘러본 기자는 청주의 대표 공원인 삼일공원을 살펴봤다. 이 공원에는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충북 독립운동가 5명의 동상이 있다. 3.1운동의 주역이자 충북 청주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의암 손병희 선생을 비롯해 우당 권동진·청암 권병덕·동오 신홍식·은재 신석구의 동상이 공원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면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 652명의 각인이 새겨진 항일독립운동기념탑이 서 있다. 높이 14m의 탑 아래론 헌화한 꽃들이 즐비했다.

공원을 나가며 바라본 입구엔 기념식수 정이품송 후계목이 하늘 높이 자라고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장엄하게 뿌리내린 나무의 모습은 속리산과 닮은 풍채였다. 이는 지난 2013년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순국선열의 정신을 기리며 심은 나무라고 한다.

장 지부장은 “정이품송 후계목은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의미로 심은 나무”라며 “충북도가 함께 건강한 역사의식을 마련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이시종 충북도지사를 비롯해 한범덕 청주시장, 광복회원 등 관계자들이 삼일공원을 찾아 항일독립운동기념탑과 5인 동상 등 순국선열에 대한 헌화와 묵념을 하기도 했다.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순국 선열의 날을 맞이한 충북 청주시 삼일 공원에 민족 33인 충북 독립투사 동상이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17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17일 순국 선열의 날을 맞이한 충북 청주시 삼일 공원에 민족 33인 충북 독립투사 동상이 서 있다. ⓒ천지일보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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