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은 채석강과 격포·변산해수욕장, 고사포, 곰소, 솔섬, 적벽강 등 둘러보는 모든 곳이 힐링명소다. 사진은 부안군 채석강·적벽강. (제공: 부안군) ⓒ천지일보 2021.11.14
전북 부안은 채석강과 격포·변산해수욕장, 고사포, 곰소, 솔섬, 적벽강 등 둘러보는 모든 곳이 힐링명소다. 사진은 부안군 채석강·적벽강. (제공: 부안군) ⓒ천지일보 2021.11.14

먹거리·볼거리·이야깃거리
지질명소로 유명한 채석강
고사포·곰소·솔섬·적벽강 등
태고의 자연 그대로 힐링명소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음마저 얼어붙지 않을까 염려되는 요즘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우울감을 털어낼 장소를 찾아 나서보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전환됐음에도 연일 쏟아지는 확진자에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서해안 바다 중에서도 으뜸인 전북 부안 겨울바다를 찾았다.

부안은 지질명소로 유명한 채석강을 비롯해 격포·변산해수욕장, 고사포, 곰소, 솔섬, 적벽강 등 둘러보는 모든 곳이 힐링 명소다. 여기에 태고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한 요리로 백합정식과 뽕잎밥, 간장게장, 해물탕, 바지락 비빔밥까지 가족 또는 연인, 친구들과 코로나19로 우울해진 감정을 부안에서 마음껏 해소할 수 있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적벽강은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층이 강한 파도의 영향으로 침식돼 마치 수만권의 책을 가지런히 올려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적벽강은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층이 강한 파도의 영향으로 침식돼 마치 수만권의 책을 가지런히 올려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4

기자는 지난 11일 자연이 빚은 보물이 가득 한 전라북도 부안변산마실길 3코스(채석강~성천항, 약 9㎞)로 향했다. 이곳은 예로부터 먹거리, 볼거리, 이야깃거리의 3락(樂)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제주도의 둘레길 같은 걷기 좋은 길이 있다. 부안(변산)마실길은 1~8코스의 해안코스와 9~12코스의 내륙 코스가 있다. ‘이웃집에 놀러 간다’는 의미의 방언인 ‘마실’은 이웃과 소소한 소통을 한다는 의미로 지난 2012년에는 전국 5대 명품길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 고사포 해수욕장 캠핑장

코로나19 확산세가 약 2년째 지속하면서 관광 패턴이 기존 단체 위주에서 소규모 또는 가족 단위로 크게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뜨고 있는 관광 형태 가운데 단연 으뜸은 캠핑이다. 고사포 해수욕장에 주차하고 들어가면 길게 뻗은 방풍목 소나무가 반긴다. 이곳에 캠핑장과 샤워장, 화장실 등이 마련돼 있어 연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캠핑 특성상 옆 팀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가족 간의 정도 깊이 느낄 수 있어 코로나 시국에 딱 들어맞는 관광 패턴이다. 고사포 해수욕장을 바라보면 파도가 올라올 때 북소리처럼 ‘둥둥둥~’ 거문고 켜듯 ‘출렁출렁~’ 소리가 난다고 해서 ‘옥녀가 장고치고 거문고를 탄다’는 뜻으로 ‘북 고(鼓)’ ‘실 사(絲)’ ‘개 포(浦)’자로 ‘고사포’라 불렸다. 노루목은 ‘거문고의 중심부로 생겼다’고 해 노래목으로 불려왔던 곳으로 2㎞에 달하는 송림과 하얀 모래 백사장이 유명하다. 고사포해수욕장에서 적벽강까지 포구의 마을을 따라 숲길을 걷노라면 하섬을 지나 출렁다리, 적벽강에 이어 채석강에 이른다.

 

서해로 넘어가는 적벽강의 붉은 노을. (제공: 부안군) ⓒ천지일보 2021.11.14
서해로 넘어가는 적벽강의 붉은 노을. (제공: 부안군) ⓒ천지일보 2021.11.14

◆ 모세의 기적 ‘하섬’

예로부터 새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하(鰕)섬’은 아무 때나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서해안 물때를 잘 맞춰야 들어갈 수 있다. 바닷물이 완전히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감상할 수 있는 이곳은 물이 빠지면 여기저기 자갈 파헤치는 소리가 자그락자그락 정겹다. 갈매기 소리 정겨운 바닷길에서 어른들은 다양한 조개나 맛, 골뱅이, 소라, 꽃게 등을 잡고 환호를 지르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한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부안군 출렁다리. ⓒ천지일보 2021.11.1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부안군 출렁다리. ⓒ천지일보 2021.11.14

◆ 출렁출렁 귀여운 출렁다리

‘부안에도 출렁다리가 있었나?’ 하는 방문객이 많다. 마실길 3코스에 포함된 출렁다리는 생각보다 짧지만 하섬과 적벽강의 사자바위, 또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는 2㎞의 바닷길을 감상할 수 있다.

이수연(40대, 광주)씨는 “자연 색감을 그대로 담아내는 푸른 바다와 소나무 초록빛 신록은 마음에 품은 검은색 고민을 연하게 만든다”며 “이 길을 걷노라면 뭔가 다 뻥 뚫어지는 느낌이라 다음에는 물때를 맞춰 가족과 함께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외국인들이 “오 마이 갓~ 뷰리플~”을 연신 외치는 페퍼라이트. 부안 적벽강은 우리나라에서 페퍼라이트의 특징이 잘 관찰되는 대표적 장소다. ⓒ천지일보 2021.11.1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외국인들이 “오 마이 갓~ 뷰리플~”을 연신 외치는 페퍼라이트. 부안 적벽강은 우리나라에서 페퍼라이트의 특징이 잘 관찰되는 대표적 장소다. ⓒ천지일보 2021.11.14

◆ 외국인도 감탄, 페퍼라이트 적벽강

채석강에서 해수욕장 건너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붉은 암벽으로 이뤄진 적벽강이 있다. 변산반도의 거의 서쪽 끝부분에 자리한 해변으로, 거무스름한 이판암층 위에 유문암이 덮쳐 만들어진 페퍼라이트가 기묘한 형태를 빚어내는 바닷가 암벽이다. 이 바위 해변에 파도가 들이치는 경관은 답답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지난 1976년 전라북도기념물 제29호로 지정됐으며 2004년 명승 제13호로 지정됐다. 특히 이곳에는 외국인들도 “오 마이 갓~ 뷰리플~”을 연신 외치는 페퍼라이트가 있는데 이곳만의 보물이다. 페퍼라이트는 굳지 않은 축축한 퇴적물 위에 뜨거운 용암이 덮쳐 퇴적물 속 수분이 고열로 인해 폭발한 후 하중에 의해 아래로 쌓이면서 퇴적물과 용암이 뒤섞여 형성된다. 적벽강은 우리나라에서 페퍼라이트의 특징이 잘 관찰되는 대표적 장소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모래가 가득한 채석강과 다르게 적벽강에는 몽돌이 많아 관광객들이 신기해하며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모래가 가득한 채석강과 다르게 적벽강에는 몽돌이 많아 관광객들이 신기해하며 둘러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4

적벽강은 부안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이 있는 연안으로 용두산을 감싸는 붉은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2㎞의 해안선 일대를 말한다. 이곳의 이름은 경치가 중국의 적벽강만큼 좋다 해 붙여졌다고 한다.

김지은(20, 학생)씨는 “절벽이 붉은 데다 여기에 붉은 노을이 비취면 이 아름다운 광경을 어떤 말로도 표현할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며 “육당 최남선 선생님이 ‘삼춘순례’에서 조선의 빼어난 10경 중 하나로 전북 부안의 변산 낙조를 꼽은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 서해 수호신 개양할미 ‘수성당’

적벽강의 절벽 위로는 서해의 수호신이었다는 개양할미의 사당인 수성당이 자리한다. 바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는 사당은 격포 앞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수성당 앞으로 펼쳐진 바다를 인당수라고 부른다. 효녀 심청이 공양미 300석에 팔려 이곳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전북 부안군 적벽강에서 조개잡는 학생들. ⓒ천지일보 2021.11.1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전북 부안군 적벽강에서 조개잡는 학생들. ⓒ천지일보 2021.11.14

◆ 천연기념물 제28호 채석강

부안을 대표하는 관광지 가운데 한 곳인 채석강은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층암절벽 지역으로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조화를 이뤄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지정됐으며 관광지로 유명하다. 처음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온 사람은 없다는 이곳은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닭이봉 일대를 포함한 1.5㎞의 절벽과 바다를 말한다.

채석강은 당나라의 시인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던 중 강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고 전해지는 중국의 채석강과 비슷하다 해 붙은 이름이다.

김준현(40대, 군산)씨는 “해안선을 따라 보기 힘든 바위와 울창한 소나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배들 등 바다 마을의 풍광에서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이곳을 찾을 때마다 해답을 찾고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늘 생각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부안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예전에는 채석강에 낙석이 좀 있어서 연인이 오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노을이 노을공주 꼬리에 닿을 때 소원을 빌면 들어주고, 사랑의 소원이 성취되는 닭이봉 연리지, 해식동굴 유니콘 등에 빌고 가니 더 행복하게 산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바지락 비빔밥. ‘음식 맛은 손끝 맛’이라고 하지만 부안은 모든 음식에 다양한 젓갈이 골고루 들어가 감칠맛을 낸다. ⓒ천지일보 2021.11.14
[천지일보 부안=김도은 기자] 바지락 비빔밥. ‘음식 맛은 손끝 맛’이라고 하지만 부안은 모든 음식에 다양한 젓갈이 골고루 들어가 감칠맛을 낸다. ⓒ천지일보 2021.11.14

◆ 3락(樂) 유명한 먹거리

‘음식 맛은 손끝 맛’이라고 하지만 부안은 모든 음식에 다양한 젓갈이 골고루 들어가 감칠맛을 낸다. 부안 곰소의 천일염전은 국내의 몇 안 되는 천일염 생산지로 간수를 재사용하지 않으며 이 소금으로 탄생한 게 곰소젓갈이다. 해서 곰소 젓갈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올 정도로 그 식감과 맛이 알려져 있다. 젓갈은 가리비젓, 어리굴젓, 멍게젓, 청어알젓, 낙지젓, 창난젓, 갈치속젓, 까나리액젓 등 그 종류도 셀 수 없다. 이 젓갈로 요리를 하니 부안 어느 음식점을 가도 맛이 깊고 깔끔하며 밥도둑이 따로 없다. 특히 몸 건강까지 챙기는 부안의 인심이 백합정식과 뽕잎밥, 간장게장, 해물탕, 바지락 비빔밥 등에 묻어 나는 듯하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먹거리가 생각난다면, 눈에는 즐거움을 마음에는 여유까지 누리고 싶다면 부안 마실길을 찾아보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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