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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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하에 네트워크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더욱 심화시키고, 그 폭도 넓어진다. 인터넷망은 이들 기능을 가능하게 한다. 세계는 하나(oneness)를 실감나게 한다. 물론 이런 네트워크는 또 다른 특징으로 해체를 서두를 수 있다. 특히 항상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도처에서 위험요소를 마주한다. 이 때일수록 무형의 자산인 거래의 신뢰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인들은 시장을 헤쳐나갈 수 있는 탐욕과 열정이 있어야 하고, 복잡한 체계의 시장구조를 읽을 수 있는 전문성도 있어야 하고, 진정성도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가치 정향(value orientation)’이 돋보인다.

경제적 동기를 개인적 요소로 간주한다면, 가치는 사회·문화적 요소를 포함함으로써 타인과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치만큼 효율성이 있는 것이 없다.

오랫동안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인은 제품에 가치와 철학을 담는다. 이 때 한 상품의 질적 품질은 보증이 가능하다. 물론 그 가치가 기업인에게만 속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왜 사는가 하는 개인의 기본 문제와 관련이 된다.

전문사회로 갈수록 가치의 요소가 중요시된다. 학문을 하는 사람도 다를 바가 없다. 막스 베버는 “학문의 세계에서 우리는 그 능력과 업적을 기준으로 ‘대가’와 ‘비대가’를 구분할 수 있지만, ‘천직으로서의 소명의식과 구도자적 겸허함’, 그리고 ‘무한책임’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대가 비대가의 구분은 사라지고 단지 ‘학자’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 원리는 기업인에게 예외일 수 없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베버는 회계가 단순의 돈 계산이 아니라, 그 자본주의 정신 속에 프로테스탄트를 믿는 교인의 종교적 가치, 삶의 궁극적 목적을 포함시켰다.

물론 우리 헌법 정신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그게 헌법적 가치이다. 민주공화주의는 그 만큼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이라는 기본권을 존중한다. 그게 많은 것을 이뤄낸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해줄 생각 자체가 없다. ‘기본소득제’ ‘재난지원금’ 등에서 사유재산 제도를 붕괴시키고 싶다. 세금은 점점 높여만 간다. 중국과 북한에서 하는 이상한 논법으로 국민을 대하고, 청와대는 기업을 옥죈다.

국회에서 재난 지원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왔다. 기업에서 오는 초과세수 10조~15조원을 1인당 20만~35만 재난 지원금으로 준다고 한다. 포퓰리즘의 탐욕과 열정은 이해하겠는데 정치인들에게 어떤 가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충동과 충격적인 조폭들이 하는 짓처럼 보인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은 “나라 살림이야 어떻게 되든 표를 얻기 위해 마음껏 재정을 쓴다”라고 했다.

정부가 국민들만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은 국민 일자리가 나오는 기업인을 범죄자로 취급한다. 청와대는 기업인이 잉여가치로 자본을 축적시킨다고 폄하한다. 실제 기업인은 ‘생계형 좌파’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사고를 갖고 있다. 기업 이윤의 동기에 가치 경영을 함께 접목시킨다.

다음은 한국경제신문 고재연 기자(11월 9일)의 “일본 제치고 ‘세계 1위’… 한국 기업 ‘무모한 도전’ 통했다”라는 기사이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은 배터리의 4대 핵심 소재다. 이 중 분리막의 수익성이 가장 높다. 영업이익률은 30% 수준.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고, 미세한 기공 사이로 리튬 이온만 통과시켜 전류가 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양극과 음극이 닿으면 순식간에 열이 발생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얇은 비닐처럼 생긴 제품이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진다. 진입장벽이 높은 프리미엄 습식 분리막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발주자지만 일본 업체들을 제쳤다.… 도레이,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분리막 업체는 ‘슈퍼갑’이었다.… SK에너지가 2003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5명으로 시작했다. 시작은 무모할 정도로 과감했다.…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업체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축차연신공법’을 분리막 제조 공정에 도입한 것. 스카치테이프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공정인데, 이를 분리막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였다.

당시 일본 기업은 공중에서 분리막을 사방으로 당겨 기공을 만들었다. 분리막 표면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신 이 공법은 정해진 비율로만 분리막을 잡아당길 수 있었다.… 2000년대 말 정보기술(IT)기기 배터리 폭발사고가 이어졌다. 이는 새로운 기회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직원들을 고객사에 파견해 SK 분리막을 장착하면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중 하나가 노키아였다. 노키아가 SK 분리막을 넣은 배터리를 채택하자 시장에서 위상이 급상승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중국은 물론 일본 소니 파나소닉 산요 등에도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계열사인 SK온 매출 비중은 26%(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파나소닉, 무라타, ATL 등 해외 고객사 비중이 37%에 달한다.”

청와대와 ‘생계형 좌파’가 이런 고도의 기술 가치를 생각한 때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문재인 청와대는 4년 6개월 동안 경제체계를 파괴만 했지, 건설적인 가치 정향을 정립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임꺽정 정치를 한 것이다. 국민에게 ‘크게 쌍으로 걱정스러운’ 것 말이다. 물론 가치는 영속적 믿음이다. 이는 행위의 모드이고, 윤리적 행위를 포함한다. 장기적 거래는 신뢰를 바탕으로 교환 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단순한 양적인 교환 이상인 것이다. 로키치(M. Rokeach)는 “가치는 ①동기를 표출하고, ②어떤 표준(standard)을 제공하고, ③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고, ④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결정한다”라고 했다.

파슨스(Talcott Parsons)는 가치 정향을 인지적 기준(cognitive standards), 평가적 기준(appreciative standards) 그리고 도덕적 기준(moral standards)으로 제시했다. 인지적 기준은 탐욕, 열정의 부분이고, 평가하는 부분이 평가적 기준이다. 그리고 이게 다른 사람의 합리성에 맞는지 점검한다. 가치의 지속성은 윤리적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는 자신뿐 아니라, 집권 세력에게서 평가적 기준을 붕괴했다. 검찰, 경찰, 법원, 언론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더욱이 조선일보 신은진 기자(11월 11일)는 공기업에서 평가를 정직하게 해줘야 할 “상임감사의 경우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비율은 58.8%(97명 중 57명)로 문 정부 초기 35.9%(78명 중 28명)보다 22.9%포인트(29명)나 뛰었다”라고 했다.

국회가 법을 만드는 것도 기업주를 못 살게 한다. 국민 연금사회주의 간섭은 그 한계를 넘는다. 기업인이 가치 정향의 경영을 할 수 없게 한다. 그 여파로 기업인이 기업을 떠난다.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두산을 떠난다고 선언을 했다. 조선일보 신은진·김강한 기자(11월 11일)는 “두산 그룹 임직원들은 대한상의 회장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통령과도 접촉이 잦았던 박 회장에 대해, ‘두산그룹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을 정도로 흔들린 것은 문 정부의 脫원전 정책 여파가 가장 크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사유재산 제도를 인정할 수 없는 분위기이니, 기업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지난달 31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청와대는 2030년까지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2018년 26.3%) 감축하겠다고 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이 이렇게 무가치 정향으로 허술하게 처리된다. 청와대의 경제정책에 가치관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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