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 신청된 아산 외암민속마을 내 ‘건재고택’이 빚 때문에 경매에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 촬영이 일절 금지된 건재고택이 담장 너머로 간신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3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신청돼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의 상징인 ‘건재고택’이 세계문화유산 등록 잠정목록에 등재 신청됐음에도 불구하고 경매에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 따르면 미래저축은행이 최근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내 이모 씨 소유의 건재고택을 경매 신청했다. 경매가는 81억여 원으로 1차 경매 예정일은 10월 4일이나 11월 7일로 예상되고 있다.

건재고택은 조선후기 성리학자 외암 이간(1677~1727)의 생가로, 문화재청이 지난 3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해 유네스코에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한 바 있다.

고택은 후손인 이씨의 아버지가 미래저축은행에 근저당을 잡히고 수십억 원을 빌려 사업을 벌이다 실패한 뒤 자살하면서 은행 소유로 넘어갔다. 이씨는 “빚 갚을 때까지 은행에서 관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은행 측이 넘겨받았다.

은행은 이씨가 빚을 갚지 못하고 있고, 관리 중에 종중 및 주민들과 마찰이 빚어지자 다시 소유권을 넘긴 뒤 경매에 부쳤다.

외암민속마을 65가구를 대표하는 건재고택은 2000년 1월 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3호로 지정됐으며 ‘영암군수댁’으로도 불린다. 부지는 4433㎡이며 건평은 267.7㎡이다. 마을 뒤 설화산 계곡에서 끌어 온 물을 학 모양의 연못으로 흐르게 해 정원수와 방화수로 사용하고 있다. 정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변천사 등의 면모를 보여줘 행정안전부의 ‘한국 정원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미래저축은행은 연료비 등으로 연간 700~1000만 원의 관리비를 들여 고택을 별장처럼 사용하면서 2009년 한두 차례 집 주변에서 술판을 벌여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으며, 이에 따른 문화재 사유화 관리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용어설명: 종중(宗中)은 공동선조의 후손들이 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선조의 분묘수호 및 봉제사와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한 자연발생적인 종족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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