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절벽 위에서 100년을 밝힌 부산 영도 태종대 등대.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기암절벽 위에서 100년을 밝힌 부산 영도 태종대 등대.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절벽 위 100년 밝힌 등대

태종사, 30종 수국꽃 장관

구릉지로 된 3.7㎞ 산책로

새소리 들으며 산책 ‘황홀’

가족들과 메타버스 여행도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빼어난 자연경관을 뽐내며 환상적인 해안 절경을 선사하는 태종대는 부산 영도구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해 해맞이 명소로도 유명하다. 부산의 절경을 찾는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가봤거나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어 또다시 태종대를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곳이다.

매년 150만명 규모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태종대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97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태종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태종대를 다녀간 관광객은 77만여명이다. 코로나 기간에도 여전히 태종대가 사랑을 받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 9일 기자가 찾은 태종대는 아련한 가을 단풍까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태종대 광장에는 웃음 가득한 연인과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광장에는 태종대 곳곳을 편하게 관광할 수 있는 ‘다누비 열차’가 마련돼 있어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는 부산 영도 태종대 앞바다에서 바라본 등대 모습.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부산 영도 태종대 등대를 둘러싸고 있는 기암절벽과 유람선이 지나가는 모습.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태종대는 수려한 자연경관에 매료됐던 신라 태종(무열왕)이 즐겨 찾았다는 데서 유래됐다.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이 만든 기암절벽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구릉지로 된 구불구불한 숲길 산책로를 걸으며 태종대를 만끽해 본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오륙도와 일본의 대마도까지 볼 수 있다.

영도해안을 따라 약 9.1㎞ 최남단에 있는 태종대는 새해 해맞이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곳은 120여종의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절벽, 기암괴석, 대한해협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 찾았다는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출입이 제한됐다가 지난 1967년 건설교통부가 유원지로 고시한 뒤 1969년에 관광지로 지정됐다.

이어 1974년에 태종대유원지 조성계획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면서 2005년 11월에 국가 지정 문화재 명승 제17호로 지정됐고, 2013년 11월에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됐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이 만든 부산 영도 태종대 기암절벽.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이 만든 부산 영도 태종대 기암절벽.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태종대에서 만난 김선미(가명, 50대, 여, 연산동)씨는 “태종대를 얼마 만에 찾는지 모르겠다”며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걷는 기분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다. 이런 기분은 태종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책로를 걷던 이혜진(가명, 30대, 서울)씨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태종대 매력에 푹 빠졌다”며 “오싹할 정도의 해안 절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미소 지었다.

◆100년 밝힌 등대·다누비

영도 등대는 광장에서 2㎞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다. 지난 1906년에 건립된 등대는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인등대로 안개가 짙은 날에는 뱃길을 안내한다고 한다. 순환도로에서 나무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해기사 명예의 전당, 바다 헌장 기념비를 지나 등대를 만나게 된다.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등대 모습이 아찔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한참 넋을 놓고 해안을 바라봤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9일 오후 ‘다누비’ 순환열차가 부산 영도 태종대유원지를 운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1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9일 오후 ‘다누비’ 순환열차가 부산 영도 태종대유원지를 운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1

1999년에 재건된 태종대전망대는 십수 년 전만 해도 ‘자살바위’가 있던 곳으로 삶의 아픔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전망시설에는 노란색 우비를 입은 소년 작품이 전시된 포토존이 마련돼 관광객들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태종대 곳곳을 다 누비며 절경을 감상한다는 뜻의 순우리말인 ‘다누비’ 순환열차는 3.7㎞에 이르는 경사진 언덕과 굽은 순환도로를 운행한다. 다누비 열차를 타고 여유롭게 태종대를 감상해도 좋다.

태종대 내 위치한 태종사에는 30여종 5000그루의 수국꽃이 유명해 개화시기에 맞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코로나로 축제는 따로 열리지 않지만, 찬란한 수국의 향연을 체험할 수 있다.

부산 영도 태종대 내 태종사에 핀 수국꽃.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부산 영도 태종대 내 태종사에 핀 수국꽃. (제공: 부산시설관리공단) ⓒ천지일보 2021.11.11

◆절영산책로와 흰여울마을

해안을 끼고 굽이굽이 걷는 절영해안산책로.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바다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3㎞의 산책로는 과거 해안이 가파르고 군사 지역으로 묶여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으나 최근 여행객들에게 멋진 해안 절경을 선물하며 떠오르는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영도의 원래 이름인 절영도는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가 빨리 달리면 그림자도 못 따라간다는 뜻으로 끊을 절, 그림자 영을 붙여 절영도라 불렸다.

위에서 내려다본 부산 영도 절영해안산책로. (제공: 영도구청) ⓒ천지일보 2021.11.11
위에서 내려다본 부산 영도 절영해안산책로. (제공: 영도구청) ⓒ천지일보 2021.11.11

6.25 한국전쟁 때 영도구 대평동에 피난민대피소가 있었지만,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달동네가 지금의 흰여울문화마을이다. 영도 봉래산 물줄기가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하얀 포말처럼 보여 ‘흰여울’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이 마을은 해안가 절벽 끝으로 바다를 따라 생긴 좁은 골목길 안쪽에 들어선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피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의 담벼락에는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변호인 하겠습니다!”라는 영화 대사가 당시의 시대 상황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 대사는 영화 내용 중 주인공인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시국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둔 국밥집 아줌마 최순애(김영애)의 아들 진우(임시완)를 변호하기로 마음먹고 그의 집을 찾아가 던진 대사다.

부산 영도 절영로에 위치한 흰여울전망대. (제공: 영도구청) ⓒ천지일보 2021.11.11
부산 영도 절영로에 위치한 흰여울전망대. (제공: 영도구청) ⓒ천지일보 2021.11.11

◆“독특한 해양·문화 자원 특별”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와 완만한 구릉지로 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치 인생의 서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명승지 ‘태종대’는 사계절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태종대 관람 후 빠질 수 없는 먹거리로 단연 자갈마당 조개구이가 꼽힌다. 조개구이 간이 포장마차촌은 태종대 입구에 즐비해 있다. 바다의 신선함을 머금은 가리비와 쫄깃한 대합에 고소한 볶음밥까지 다양한 해산물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이 진행되면서 부산에서는 관광자원 발굴에 더욱 힘쓰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와 와이드브레인은 지난달 12일 메타버스(가상세계) 기반 게임형 여행 콘텐츠인 ‘히어위아’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아 태종대를 여행하며 수국 키우기·몬스터 전투·보물상자 획득·타로 등 태종대의 자연과 어우러진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부산 영도 태종대유원지 자갈마당 조개구이 집에 한상이 차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11.11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태종대 관람 후 빠질 수 없는 먹거리는 단연 자갈마당 조개구이다. 조개구이 간이 포장마차촌에서 한상 가득 차려진 조개구이 모습. 바다의 신선함을 머금은 가리비와 쫄깃한 대합에 고소한 볶음밥까지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천지일보 2021.11.11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영도는 독특한 해양·문화자원이 많아 그 특별함에 매료되는 분들이 많이 찾고 있다. 태종대와 흰여울문화마을 등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는 코로나로 힘든 마음도 씻겨 내려갈 풍경”이라며 “현재 태종대 입구에 짚와이어 복합전망타워를 추진하고 있어 완공된 후에는 지역 관광사업에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영도지역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장으로 풍부한 해양산업의 기반을 갖추고 혁신의 잠재력을 품은 곳”이라며 부산의 관광컨텐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부산 영도 절영로에 위치한 흰여울문화마을에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천지일보 2021.11.11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9일 부산 영도 절영로 흰여울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안가를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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