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광한루와 오작교의 야경이 연못에 비춰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광한루와 오작교의 야경이 연못에 비춰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시민 일상 회복과 힐링 위해

가족·연인 즐기는 야경명소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

참가자들 이동동선에 혼란

외국어 설명 없어 아쉽기도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이몽룡과 성춘향’ 하면 떠오르는 전북 남원 광한루가 야경명소로 새 단장을 하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 가족뿐 아니라 젊은 연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 됐다.

이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된 가운데 본지는 지난 주말 남원 문화재야행 현장을 찾았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광한루 일대에서 펼쳐진 남원 문화재야행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 사전예약 30명은 이미 매진됐고, 현장접수는 20명으로 제한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표를 구매해 참여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광한루 서문에 설치된 부스에서 표를 발부받은 후에는 달빛쉼터를 들러 등불을 직접 만들고 한복 외투를 걸친 후 광한루에 들어선다.

◆젊은 연인을 인연으로 ‘광한루’

광한루는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 지어져 ‘광통루’라고 불렸다. 세종 26년(1444) 정인지가 건물이 전설 속의 달나라 궁전인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를 닮았다고 해 광한루(廣寒樓)로 고쳐 부르게 됐다고 전해진다.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첫 주말이어서인지 광한루를 찾은 관광객은 가족, 연인, 친구 등 다양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왔다는 20대 연인은 “주말여행으로 남원에 왔다가 우연히 광한루원을 들어왔는데 야경이 정말 매력적”이라며 “조명을 잘 해둬서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관광객들은 완월정과 커다란 달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견우와 직녀를 이어준 오작교 위에서 광한루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광한루원 곳곳에는 춘향전과 관련된 조형물이 설치돼 발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이 된다. 성춘향의 그네 타는 모습을 보고 이몽룡이 첫눈에 반했다는 커다란 그네도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당연한 듯 줄지어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왔다는 김지연(가명, 40대)씨는 “그네를 타 보니 마치 성춘향이 된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남원 문화재야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광한루 위에 선 옥황상제와 별주부전 주인공들을 구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남원 문화재야행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광한루 위에 선 옥황상제와 별주부전 주인공들을 구경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광한루에서 펼쳐진 ‘별주부전’

이날 오후 8시가 되자 관광객들이 퇴장하고 등불을 손에 든 문화재야행 참가자들만 남았다.

이때부터 또 다른 볼거리가 펼쳐졌다. 옥황상제와 신관 사또의 길놀이 퍼레이드가 시작되면서 등불을 든 행렬이 줄이 이어 전래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동문을 시작으로 광한루까지 걷다 보니 옥황상제와 토끼, 거북이 등이 등장하는 별주부전의 주인공들이 광한루 위에서 문화재야행 참가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후 참가자들과 별주부전의 주인공들이 한 데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광한루 북문 쪽에서 살았었다는 김대명(가명, 63, 남, 남원시)씨는 “어릴 적엔 광한루가 놀이터나 다름없어서 매일 같이 놀았던 기억이 난다”며 “곳곳이 추억거리다. 야간에는 처음 왔는데 옛 모습 그대로는 아니라도 더 멋지게 바뀌어 기분도 좋고 별주부전도 흥겹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문화해설사가 광한루원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온 이지혜(20대, 여)씨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 왔다가 문화재야행을 한다고 해 참여했는데 문화해설을 들으니 배경 지식을 쌓게 돼 유익하다”고 말했다.

오작교 위에서는 전통혼례, 판소리 공연 등도 열려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사물놀이의 경쾌함에 덩실덩실 춤추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전에서 7살 아이와 함께 온 30대 부부는 “아이가 좋아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결혼해서 남원으로 이사 왔다는 안지선(30대, 여)씨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완전 달라서 매력 있다”며 “춘향과 몽룡이 왜 이곳에서 사랑에 빠지게 됐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남원 문화재야행에 참여한 대부분의 관광객은 광한루원 야경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공연, 퍼포먼스, 문화해설 등에 대해 “색다른 경험”이라며 흐뭇해했다.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남원시 광한루에서 문화재야행이 열린 가운데 안개가 자욱한 광한루원 오작교 위에서 별주부전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남원시 광한루에서 문화재야행이 열린 가운데 안개가 자욱한 광한루원 오작교 위에서 별주부전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그러나 아쉽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6살 아이와 방문한 장성광(30대, 남, 남원시)씨는 “그동안은 국악, 판소리 등 전통공연만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웠지만, 이번에는 현대무용 등 새로운 장르도 있어 좋았다”며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해보면 규모가 작고 체험거리가 없는데 앞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한편 “참가자들의 이동 동선이 혼란스럽고 우왕좌왕하는 분위기가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화재야행에 참여한 외국인들도 많았다. 행사에 참여한 한 외국인은 “외국어설명이 없어 아쉽다”며 “다음 행사에서는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광한루와 오작교의 야경이 연못에 비춰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천지일보 남원=류보영 기자] 광한루와 오작교의 야경이 연못에 비춰져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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