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AP/뉴시스]30일 로마 라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직접 모이는 첫 대면회의이다.
[로마=AP/뉴시스]30일 로마 라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직접 모이는 첫 대면회의이다.

‘탄소 중립’ 시간표 합의는 무산

[천지일보=이솜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10월 31일(현지시간)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로마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또한 올해 말까지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G20의 최종 공동성명서에는 확실한 공약이 없었고 석탄 사용 종료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중국은 기후 기금과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떠한 개선 약속도 하지 않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어려운 협상의 길을 시사했다.

최종 성명에서 세계 20대 경제대국은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 중립 또는 탄소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조치를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지도자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한 궤도에 오르기 위해 회원국의 국가온실감스감출목표(NDC)가 10년 동안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또한 성명은 “우리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1.5℃ 이내일 때가 2℃에서의 영향보다 훨씬 적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나라의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처와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10년동안 추가적인 조치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정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역사적으로 지구를 가장 오염시켰다가 최근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있는 서방 국가들과 경제가 여전히 성장함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들 사이에 커지는 분열을 드러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수십년간의 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추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2050년을 자국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시한으로 정했고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년을 목표로 내세웠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앞서 탄소 중립 시한과 관련 기자회견에서 “만약 그것(서방국들의 2050년 시한)이 EU의 야망이라면 다른 나라들도 야망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결국 G20 정상들은 뚜렷한 해를 정하지 못하고 ‘금세기 중반’이라고 목표 시한을 정했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공장 노동자, 기후 운동가, 반세계화 운동가, 노조, 페미니스트 그룹, 정치 운동가들이 거리에 나와 세계 지도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공장 노동자, 기후 운동가, 반세계화 운동가, 노조, 페미니스트 그룹, 정치 운동가들이 거리에 나와 세계 지도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기후운동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존슨 총리는 이번 G20의 약속을 두고 “급속히 따뜻해지고 있는 바다에 떨어진 물방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에 “G20의 세계적 해결책에 대한 권고를 환영하지만 나는 내 희망을 이루지 못한 채 로마를 떠난다”며 “최소한 그 희망들은 묻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마를 떠나기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 회원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기본적으로 정상회담에 직접 나타나지 않았다는 데 대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COP26 회담에 고위 관리들을 보냈지만 직접 참석하지는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로마 정상회담에서 지도자들은 올해 말까지 해외에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을 중단한다고 약속했다. 서방 국가들과 주요 아시아 경제국들은 이러한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중국 정부가 이런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과 한국도 올해 초 비슷한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국내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데 대한 종료 시한을 정하진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석탄은 여전히 중국의 주요 발전원이고 중국과 인도 모두 국내 석탄 소비를 단계적으로 감소시키는 데 대한 G20 성명 제안에 반대해왔다.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등 빈곤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2025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기로 한 약속 역시 “가능한 한 빨리 이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데 그쳤다.

이번 성명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26 회담을 위한 좋은 신호라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평했지만 글래스고 회담에서는 더욱 야심찬 목표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린피스 정책분석가인 리 슈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글래스고 회담에서 G20 정상회담과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 문제와는 별개로 G20은 2022년 중반까지 세계 각국의 적어도 70%의 인구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지지했다.

미국과 EU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또한 최저 세계 법인세율을 정하는 협정에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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