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전경. ⓒ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전경. ⓒ천지일보 2021.10.31 

기운이 세찬 명당 수행도량
조용하고 아늑한 장군산 속
약 3만여평에 철따라 새 꽃
청정한 물과 공기 간직한 곳
위드 코로나 특별템플스테이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아름답고 평화로운 수행도량, 장군산 동쪽 영평사(永平寺)에 가을이 깊어간다. 본지는 지난달 29일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영평사길 124(산학리 441번지)에 있는 영평사를 찾아 익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카메라에 담으며 ‘구절초’의 의미를 살펴봤다.

영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로서 6동의 문화재급 전통건물과 3동의 토굴을 갖춘 대한민국 전통사찰 제78호의 수행도량이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전경. ⓒ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전경. ⓒ천지일보 2021.10.31

◆‘영원한 행복과 세계평화’ 기원

‘영평사(永平寺)’ 사찰 이름은 ‘영원하고 궁극적인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영평사가 있는 장군산은 작지만, 풍수적으로는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운이 세찬 명당이라 불린다.

해 뜨는 마을 장군산 동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 영평사는 아직도 반딧불과 가재, 다슬기가 살고 있는 청정지역이다. 특히 깨끗한 물과 신선한 공기를 간직하고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으로 많이 알려졌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 ⓒ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 ⓒ천지일보 2021.10.31

해마다 10월이 되면 구절초 꽃으로 뒤덮여 마치 하얀 눈이 내린 듯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즈넉한 산사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토종꽃 구절초가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찰 마당에서 만난 박희선(45, 여, 대전시 도안동)씨는 밝게 웃으며 “바위에서 떨어지는 깨끗한 물과 그 주변의 구절초들을 바라보노라면 마음까지 씻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조용히 사색을 즐기고 싶어 혼자 왔지만 예쁜 폰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시작된 구절초 축제

영평사에서는 해마다 10월이 되면 ‘장군산 구절초 꽃 축제’를 개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난해에는 축제가 취소됐다. 영평사의 구절초는 25년 전 평소 꽃을 좋아하는 주지 환성스님에 의해 심어졌다.

길에 핀 한 송이 토종 꽃에 끌려 도량에 옮겨 놓은 것이 장군산 자락 일대를 가득 메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구절초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구절초는 이후 사찰 입구부터 대웅전을 비롯한 도량 전체와 장군산 자락 약 3만여평으로 퍼지게 됐으며 꽃이 만발하는 가을이 되면 마치 하얀 눈이 가득 내린 듯 장관을 이룬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영평사 앞마당에 세워진 ‘사랑은 아픔이다’라는 제목의 시(詩)가 적힌 돌비.ⓒ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영평사 앞마당에 세워진 ‘사랑은 아픔이다’라는 제목의 시(詩)가 적힌 돌비. ⓒ천지일보 2021.10.31

지난달 2일 구절초 축제 개막식에는 재즈가수 웅산과 영평사 둥근소리합창단, 조선마술사가 무대에 올라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BTN불교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또 지난달 9일 저녁에는 영평사 특설무대에서 세종시불교사암연합회 주최로 산사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음악회는 국운융창과 세종시의 발전을 기원하는 낙화(落火) 의식을 시작으로 전통예술단 호연과 가야금 명인 김진애, 성악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는 E&I 앙상블, 감성밴드 파인트리가 공연을 펼쳤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 ⓒ천지일보 2021.11.1

◆‘감사·소중한 생각·조용한 기쁨’ 꽃말

음력 9월 9월이 되면 아홉 개의 마디가 생기고 이때 채취를 하면 약효가 가장 좋다고 전해지는 ‘구절초(九折草)’.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도 있다. 구절초는 국화과 산국속 여러해살이풀로 하얀 꽃이 깨끗하고 부인에게 좋다는 뜻의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불린다.

넓은 잎 구절초, 구일초(九日草), 들국화, 고뽕(苦蓬)이라고도 하며 한국,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꽃말은 ‘감사, 소중한 생각, 조용한 기쁨’으로 구절초의 특성이 잘 반영돼 있다.

세종시 장군산 영평사 주변을 하얗게 덮은 구절초의 향기는 해마다 가을이면 찾는 이들을 유혹한다. 영평사에서 보는 구절초는 산사와 자연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운 것이 특징인데 가을 산사의 청량한 공기와 만개한 구절초를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핑크빛 구절초. ⓒ천지일보 2021.11.1

◆선모초, 삶의 고통 이겨낸 어머니 닮아

봄의 생기와 여름의 태양을 머금은 구절초는 아홉 절기를 지나 가을이 익어갈 때 비로소 꽃을 피운다. 구절초는 ‘인내와 희생’으로 삶의 고통을 이겨내며 묵묵히 살아온 어머니를 닮아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른다.

구절초는 바닷가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자생하며 특히 높고 깊은 산에서 군락을 형성하고 양지바른 곳이나 반그늘의 풀숲에서 잘 자란다. 키는 50~100㎝ 정도이며 잎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얇게 갈라지고 길이 4~7㎝, 폭 3~5㎝다. 꽃은 줄기나 가지 끝에서 한 송이씩 피고 한 포기에서는 다섯 송이 정도 핀다. 처음 꽃대가 올라올 때는 분홍빛이 도는 흰색이고 개화하면서 흰색으로 변한다. 꽃의 지름은 6~8㎝ 정도이며 열매는 10~11월에 맺는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의 자태.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의 자태. ⓒ천지일보 2021.11.1

구절초는 울릉국화, 낙동구절초, 포천구절초, 서흥구절초, 남구절초, 한라구절초 등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종류가 30여 가지가 넘고 대부분 ‘들국화’로 불리고 있다. 가을에 피는 야생화로는 구절초 외에 개미취,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도 있는데 모두 국화과 식물로 생김새도 비슷해 보통 ‘소국’이라고 한다.

구절초는 특이한 향기가 있으면서 맛은 조금 쓰고 성질은 따뜻한 편이다. 허약하고 몸이 차서 생기는 여성의 생리불순, 생리통, 불임증 등에 효과가 있으며 냉증과 소화불량 치료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환약이나 엿을 고아 장기간 복용하면 생리불순이 치료되고 임신이 된다고 알려진 꽃이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전통먹거리 죽염 장류를 담은 항아리들이 즐비한 풍경. ⓒ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전통먹거리 죽염 장류를 담은 항아리들이 즐비한 영평사 풍경. ⓒ천지일보 2021.10.31

◆직접 담은 전통먹거리 죽염 장류

영평사의 또 다른 자랑거리로는 전통먹거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장을 직접 담고 있는데 맑은 공기와 물, 햇볕으로 숙성시킨 죽염 장류로 소문이 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하는 ‘여행가는 달’과 연계해 영평사에서 ‘행복두배 템플스테이’를 위드코로나로 변경해 시행한다.

영평사 측은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도량에서 코로나19로 피로해진 심신의 스트레스를 전부 날려버리고 힐링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하고 있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전경. ⓒ천지일보 2021.10.3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전경. ⓒ천지일보 2021.10.31

주변에 마곡사, 갑사, 동학사 등의 명찰, 천년고찰들과 연계해 많은 불자들이 찾고 있으며 사계절 어느 때 방문해도 철 따라 꽃이 피는 예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봄에는 매발톱꽃, 할미꽃, 여름에는 백련, 가을에는 구절초 꽃 등 온갖 들꽃들이 앞다투어 반기는 ‘꽃 대궐’로 불리기도 한다.

경부고속도로 청주IC에서 30분, 대전당진고속도로 동공주IC에서 10분, 호남고속도로 유성IC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가 풍기는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피어있는 구절초.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세종시 장군면 장군산에 있는 영평사 주변에 있는 구절초 오솔길.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전통먹거리 죽염 장류를 담은 항아리들이 즐비한 영평사 풍경. ⓒ천지일보 2021.11.1
[천지일보 세종=김지현 기자] 전통먹거리 죽염 장류를 담은 항아리들이 즐비한 영평사 풍경. ⓒ천지일보 20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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