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10.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10.30

YS 이은 두 번째 국가장 거행

노제, 유언대로 간소하게 치러

국가장 논란 속 곳곳서 ‘갈등’

여권인사 대부분 영결식 불참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엄수된 국가장(國家裝) 영결식을 끝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국가장 거행은 2015년 김영삼(YS) 전 대통령 장례에 이어 2번째다. 고인의 마지막 길엔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가 이날 추모곡으로 울려 퍼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국군교향악단은 조곡을 연주했고, 의장대는 대형 태극기에 둘러싸인 관을 운구했다

이 자리엔 부인 김옥숙 여사와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가족과 장례위원회 위원, 국가 주요 인사 등 50명 안팎의 인원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검소한 장례를 희망한 고인의 뜻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영결식 참석인원은 최소한으로 꾸려졌고, 주말 올림픽공원을 찾은 수많은 시민이 행사장 주변에서 영결식을 지켜봤다.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총리는 조사에서 서울올림픽, 북방외교, 토지공개념 등 공적을 언급하면서도 “현대사에서 지울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3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진행된 노제를 마치고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10.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30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진행된 노제를 마치고 영결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1.10.30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무총리로 고인과 함께했던 노재봉 전 총리는 눈시울을 붉히며 추도사를 했다.

노 전 총리는 추도사에서 “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거든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열리게 됐다”며 “이를 기념하는 평화의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모시겠다는 우리의 심정을 헤아려달라”고 흐느꼈다

또 가수 인순이 씨와 테너 임웅균 씨가 88서울올림픽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추모곡으로 불렀다. 이어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고 생전영상 상영과 헌화·분향, 추모공연에 이어 3군 통합조총대의 조총 발사로 마무리됐다.

영결식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발인식은 자녀 재헌ㆍ소영씨 등 유가족 10여명만 참석해 치러졌다. 노제를 위해 떠나는 운구 행렬엔 노태우 정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 등 측근들이 함께했다.

발인을 마친 유가족과 운구차는 약 8.8km를 달려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 도착했다.

고인이 떠나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연희동 자택에서 치러진 노제는 조촐했다. 거동이 불편한 부인 김옥숙 여사가 집안에서 조용히 남편을 맞았다. 마당에 마련된 노제 재단 위엔 책 ‘제6공화국 실록’ 4권과 생수병, 물그릇, 향이 전부였다.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5분간 천천히 집안을 돌며 자택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나눴다.

한편 이날 다른 여권 인사들은 대체로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불참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례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지만 '다른 일정'을 이유로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장례위원회 고문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세종시 국회의사당 부지 방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의원이 '국가장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장례위원에서 빠졌다.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좌석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장남 노재헌 변호사 등 유족들이 헌화를 마친 뒤 좌석으로 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워진 울타리 너머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날 영결식장 곳곳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문객과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가 모이면서 크고 작은 소란이 빚어졌다. 또 국가장 결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파주 검단사에 임시로 안치됐다가 장지가 마련되면 파주 통일동산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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