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이명박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협치(協治)’를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국정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국민 화합과 ‘참여의 정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역대 대통령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국정 지지율 하락과 이로 인한 국민들과의 괴리감에 나홀로 정치를 해왔지만 타파해보자는 속내다.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협치는 국민 화합과 통합이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협치되어 국정의 성공적 마무리와 함께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 현상, 여야 갈등과 여여 갈등을 푸는 해법으로서도 최적의 카드이며, 나아가 민관협치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이끌어내고 만연되어 있는 개인주의를 줄여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힘이 있을 때는 국민 화합과 통합을 말로만 외치다가 지금에 와서 협치를 말한다고 하니 옳은 일이기는 하나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까닭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국민 화합과 통합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느낀 것인지, 단지 집권 후반기의 국정 지지율 하락을 막아보자는 것인지 말이다. 만일 국민 화합과 통합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느꼈다면 정권 초기부터 왜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삼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며, 후자라면 과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야권에서 순순히 응해줄지도 회의적이다. 청와대에서 명분을 앞세워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29.3%, 야권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36.1%로 조사되는가 하면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서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도 한나라당 34.0%, 야권 단일후보 47.0%로 조사됐다. 이쯤 되면 다급해진 쪽은 청와대요 한나라당이지 야권이 아니다. 굳이 ‘협치’라는 미명하에 청와대를 도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야권의 지지도를 떨어뜨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될 일은 대기업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민관협치를 이야기할 것도, 야권을 붙잡고 정치적 협치를 이야기할 것도 아닌 듯하다. 그것이야말로 동상이몽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심을 되살리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정답은 청와대가 다 말했다. 바로 양극화 극복이 그것이다. 지금 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보다 체감하고 있는 여권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는 훨씬 더 높다. 한나라당이 인적 쇄신을 한다고 해서 돌아올 민심이 아니며 협치를 한다고 해서 돌아올 민심도 아니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다. 더 이상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란 말이다. 고(高)물가로 인해 빚을 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다. 서민들의 벌이 가지고는 더 이상 버텨내기도 힘들다. 고물가와 준조세 성격의 4대보험도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 대학생들의 대부업 빚은 800억이지만 카드 빚과 사채를 포함하면 얼마인지도 모를 정도로 천문학적일 게다. 여대생이 학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매년 7만 6천여 명의 실업자가 양산되는 나라가 이 나라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무상보육을 끌고 나왔지만 서민들은 별 감흥이 없다. 지금 서민들에게 있어서 무상보육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교육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초등학교에서는 독해를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1000개의 단어와 숙어, 문법을 이미 다 배웠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창 놀아야 할 나이라 학원에 안 보냈더니 영어 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해 왔다. 학교 교육은 한계가 있으니 제발 영어학원 좀 보내라는 것이다.

허울 좋은 무상보육보다 무너진 공교육이 더 심각하다. 강남권 학교도 학군 좋은 동네도 아니건만 지금 초등학교는 영어교육에 미쳐 있다. 국어도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초등학교가 이러니 중학교, 고등학교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 어떤 정권도 안 하던 일을 지금 현 정부가 하고 있는 새로운 교육정책의 꼬라지다.
지금 대통령이 협치를 말한다 해서 그 진정성을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볼 일이다. 협치를 외친다 해서 떠나간 민심이 되돌아올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서민들은 의식주 해결만도 벅찬 나라가 이 나라다.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서민이 살 수 있는 나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전체 기업 수의 1%도 안 되는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99%의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적 실현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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