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갓 잡은 싱싱한 전어를 얇게 회 쳐서 고추와 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온 입안으로 퍼진다.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갓 잡은 싱싱한 전어를 얇게 회 쳐서 고추와 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온 입안으로 퍼진다. ⓒ천지일보 2021.10.15

강진군 마량항 전어
 

‘한국의 나폴리’ 강진 마량항
제철에 먹는 전어 맛 빼어나
가을에는 봄보다 지방질 3배↑
머리~꼬리까지 “깨 뿌린 듯”
씹을수록 뒷맛이 깊고 은은해

[천지일보 강진=김미정·전대웅 기자] 한여름 잃었던 입맛도 돌아오게 만드는 전어가 제철을 맞았다. 갓 잡은 싱싱한 전어의 감칠맛은 씹을수록 고소함이 일품이다. 전어는 가을이 되면 봄보다 지방질이 3배나 많아져 어느 때 보다 기름지고 맛이 뛰어나다. 전어만이 전해주는 고소함을 느끼기 위해 지난 9일 본지는 전남 강진 마량항을 찾았다.

가을 제철 음식하면 떠오르는 ‘전어’.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 표현은 전어의 맛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하게 하는 말이다. 

전어구이, 전어 회, 전어 회무침 등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이 없다. 내장도 젓갈로 담아서 먹으며 한 번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는 맛이라고 알려졌다.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가수 임영웅이 ‘마량에 가고 싶다’는 노래를 불러 마량항에 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사진은 강진 마량항을 찾은 가수 임영웅의 팬들.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가수 임영웅이 ‘마량에 가고 싶다’는 노래를 불러 마량항에 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사진은 강진 마량항을 찾은 가수 임영웅의 팬들. ⓒ천지일보 2021.10.15

강진 마량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가을마다 전어 축제를 열어 맨손으로 전어를 잡아보는 체험을 즐길 수 있었다. 마량놀토시장도 매주 토요일마다 운영해 지역 내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광객, 외국인들도 찾을 만큼 붐빈 곳이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가수 임영웅이 ‘마량에 가고 싶다’는 노래를 불러 마량항에 관한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제주말(馬)이 쉬어 가던 마량항

강진 마량항은 우리나라 서남부 최남단에 있어 다도해와 제주도를 연결하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린다. 지난 2007년 개통한 고금대교에서는 드라이브를 즐기며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강진군에 따르면 강진 마량(馬良)은 ‘말을 건너 주는 다리’란 뜻의 지명이다. 고려 시대에는 칠량면 등에서 고려청자를 개성까지 실어나르던 500㎞나 되는 뱃길의 시작점이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제주에서 실려 온 제주 마(馬)들이 육지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이기도 하다. 조공할 목적으로 제주에서 실어온 말들을 중간 방목하던 목마장이 있었던 곳이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겪을 당시에는 거북선 1척이 상시 대기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강진 마량항은 우리나라 서남부 최남단에 있어 다도해와 제주도를 연결하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린다. 사진은 강진 마량항 전경.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 2021.10.15
강진 마량항은 우리나라 서남부 최남단에 있어 다도해와 제주도를 연결하는 한국의 나폴리로 불린다. 사진은 강진 마량항 전경.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 2021.10.15

유서 깊은 만호성터가 남아있는 마량항은 까막섬(천연기념물 제172호)이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어부림의 역할을 하고, 고금도가 마량항으로 밀려드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줘 사시사철 해산물이 넘쳐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풍요로운 항구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마량항에서는 갓 잡아 올린 찰지고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강진의 지형은 안쪽으로 깊게 들어오는 강진만과 아래로 고금도와 완도 등 굽이굽이 섬들이 이어져 있어 해산물의 보고라고 불리며 다양한 생선이 사시사철 풍요로운 곳이다. 그만큼 신선도가 높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육질이 단단한 것이 일품이다.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햇살에 비친 전어의 모습은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이 줄지어 오밀조밀 붙어 있는 것 같다.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햇살에 비친 전어의 모습은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이 줄지어 오밀조밀 붙어 있는 것 같다. ⓒ천지일보 2021.10.15

◆여름철 잃은 입맛 찾아주는 ‘전어’

가을이 되면 머리끝부터 꼬리 끝까지 고소함으로 무장하는 전어.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 전어(錢魚)라고도 전해진다. 

전어는 양식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몸의 윗부분은 담청색을 띠며 밝은 은색의 무늬들이 여러 줄로 배열돼 있다. 햇살에 비친 전어의 모습은 반짝이는 작은 보석들이 줄지어 오밀조밀 붙어 있는 것 같다.

[천지일보 강진=김미정 기자] 강진 마량항에서 잡힌 토실토실 살 오른 전어는 영양가가 높아 보약이나 다름없다.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 강진=김미정 기자] 강진 마량항에서 잡힌 토실토실 살 오른 전어는 영양가가 높아 보약이나 다름없다. ⓒ천지일보 2021.10.15

강진 마량항에서 잡힌 토실토실 살 오른 전어는 영양가가 높아 보약이나 다름없다. 

전어는 회·구이·무침 등 요리법이 다양하다. 갓 잡은 싱싱한 전어를 얇게 회 쳐서 고추와 다진 마늘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온 입안으로 퍼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뒷맛이 깊고 은은하다. 

칼집을 내어 바싹하게 구운 전어구이는 머리부터 베어 물어야 제맛이다. 부드러운 속살이 조화를 이뤄 “깨를 솔솔 뿌려 놨다”고 할 정도로 고소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전어구이와 전어 회무침. ⓒ천지일보 2021.10.15
[천지일보 강진=이미애 기자] 전어구이와 전어 회무침. ⓒ천지일보 2021.10.15

전어회를 먹고 전어구이를 즐겼다면 마지막으로 전어 회무침을 빼놓을 수 없다. 굵게 채 썬 무에 배, 풋고추, 쪽파 등을 넣어 양념으로 버무리면 상큼함과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을 감싸며 기분 좋은 매운맛을 선사한다. 전어 회무침은 밥에다가 넣고 참기름을 두르고 김 가루를 솔솔 뿌려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전어는 영양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뼈째 먹으니 다량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고 DHA와 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혈액을 맑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글루코사민과 핵산이 많아 두뇌 기능과 간 기능 강화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강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산이씨는 “예전에는 너무 흔해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르지 못한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가격이 만만치 않은 몸값 높은 생선”이라며 “추석이 막 지난 시점이 가장 맛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조용하고 서정적인 바다를 전망하고 다재다능한 전어로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기고 싶다면 10월이 가기 전 강진 마량항에서 전어를 즐겨보길 추천해 본다.

강진 마량항 일몰 풍경.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 2021.10.15
강진 마량항 일몰 풍경. (제공: 강진군) ⓒ천지일보 202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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