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진행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과 논란이 정치권·법조계를 강타한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동 일대에 도시개발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진행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과 논란이 정치권·법조계를 강타한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동 일대에 도시개발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4

시세 2배 올랐는데, 보상은 공시가 1.5배

민관합동+토지수용, 개발익 민간에 편중

‘공공 50%+1주’ 민관합동 모방 사례도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공공 개발공사의 토지 강제수용 후 ‘헐값 토지보상’에 고향에서 쫓겨나는 원주민들이 생기고 있다. 개발공사는 보상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지만, 수도권은 부동산이 시가에 2배 이상 오른 곳에선 인근에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공공의 지분이 많은 민관합동으로 재개발을 추진할 경우, 토지수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일부 민간에 편중된다는 문제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에선 시세보다 저렴한 헐값에 빼앗긴 지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이 재개발을 주도할 경우, 공익을 위해 지주들에게 토지의 소유권을 강제적으로 회수하는 토지수용 때문이다. LH는 오는 11월 말까지 과천과천지구의 지주들과의 협의 보상을 거친 후 토지 강제수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토지수용이란 공익사업을 위하여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단체가 강제적으로 토지의 소유권 등을 취득하는 일을 말한다. 이는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공익사업법’을 근거로 한다.

과천 지주들은 LH 측에서 제시한 토지 평균 수용가는 300만~400만원인데, 인접지 시세는 800~1200만원에 형성됐다며 보상을 받아도 근처의 땅을 살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토지수용으로 인한 불만은 과천의 사례뿐이 아니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헐값 보상은 제2의 ***사태를 만듭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 고양창릉지구의 시세가 최근 2년 5개월간 2배 넘게 급등했지만, 토지 보상에는 개발이익이 배제돼 헐값에 빼앗겼다며 인근지역 재정착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일각에선 ‘민간합동’이라는 이름 아래 공권력이 토지수용을 통해 원주민으로부터 헐값에 땅을 뺏어 수요자에게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면 토지수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례에서 막대한 이익을 민간에 몰아줄 수 있었던 배경으로도 민관합동의 토지수용이 꼽힌다. 통상 택지 재개발은 공공이 주도하게 되는데, 이 경우 토지수용을 하는 대신 분양가를 저렴하게 제공한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은 지난 2008년 제정된 도시개발법에 따라 민관이 택지개발사업에 참여했다.

택지개발을 민간이 주도할 경우,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없어 토지 보상 비용에 막대한 금액이 든다. 또 일부 지주들이 더 많은 보상을 위해 ‘알박기’를 하면 사업이 장기간 지체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은 민관합동으로 이뤄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의 ‘50%+1주’를 사는 편법으로 절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면서 공익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토지수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토지를 수용당해도 원주민들이 토지 보상을 받을 순 있지만, 시세가 아닌 공시지가의 1.5~1.8배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시세가 2배 수준으로 오른 곳이 많은 수도권에선 토지수용을 당하면 살던 지역에서 쫓겨나게 된다.

한편 대장동 사업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의왕 백운지식밸리 사업은 의왕도시공사 등 공공이 50%+1주를, 김포 풍무역세권 사업은 공공이 50.1%, 민간이 4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성남 백현지구,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개발 사업, 의왕 장안지구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진행 중이거나 진행됐다.

부동산 평가업체 리얼하우스 김병기 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민관합동이라고는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민간 개발 형태에 가깝다”며 “민간 개발에 가까운 형태임에도 토지수용을 강요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에는 통상 미래가치가 반영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다만 공공이 개발할 경우, 공익을 위해 이를 제한하고 토지를 수용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에게 저렴한 분양가 등의 형태로 돌려준다.

다만 민관합동의 경우는 민간이 절반 수준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민간에 이익이 많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데다, 이를 원주민에게 토지수용을 강요한 형태로 얻은 것이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시행사에 지나치게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부분은 문제”며 “이를 토지보상 수준을 높이거나, 분양가를 낮춰 공공에 많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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