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이날 북한은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0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단절한 지 55일만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의 뜻을 받들어 해당 기관들에서는 10월4일 9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천지일보 2021.1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 남북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이날 북한은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10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단절한 지 55일만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동지의 뜻을 받들어 해당 기관들에서는 10월4일 9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복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천지일보 2021.10.4

김정은 언급 이후 5일 만에 정상화

정부 “남북관계 복원 토대 마련” 긍정

“선결돼야 할 중대과제” 제시한 北
 

향후 관계 개선 위한 해결과제 산적

한북미 간 첨예한 입장차도 드러내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후 도발 가능성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남북 간에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이 재가동됐다. 이로써 냉각된 남북관계 개선이나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대한 접촉점이 마련될지 주목되지만, 북측이 관계 개선을 위해 남측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걸림돌로 지목된다.

◆통신선 끊은 지 55일 만에 복원

통일부는 4일 “오전 9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시 통화가 이루어지면서 남북통신 연락선이 복원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남북 군사당국은 2021년 10월 4일 오전 9시부로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완전 복구해 모든 기능을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통신선이 복원된 건 지난 8월 10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통신선을 끊은 지 55일 만이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신선 복원 의사를 밝힌 지 닷새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남북 통신연락선들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부는 “남북통신 연락선이 연결됨으로써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했다. 이어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안정적 운영을 통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해 남북 합의 이행 등 남북관계 회복 문제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고, 이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통신선 복원의 배경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며,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로 나아가겠다는 전략적 로드맵”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시통화(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한 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개시통화를 하고 있다.이날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이 55일 만에 복원됐다. [통일부 제공 영상 캡처]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한 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관계자가 개시통화를 하고 있다.이날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통신연락선이 55일 만에 복원됐다.

◆이중적인 태도 보이는 北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통신선을 끊었다가 이었다가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관계 개선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은 연락선 재가동 의미를 깊이 새기면서 남북관계를 수습해 앞으로의 밝은 앞길을 열어가는 데 선결되어야 할 중대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대과제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적대정책과 이중기준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측이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하고, 북측의 미사일 시험 등을 도발이 아닌, 자위권 차원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북한은 앞선 3일에도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긴급회의 소집을 겨냥해 “명백한 이중 기준”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북측이 통신선 복구 또는 차단을 협상의 디딤돌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선 정부가 북측의 요구에 대해 마냥 저자세로 가선 안 되며, 북측의 강온 양면전술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주장이 대두된다. 실제 북한은 9월 한 달간 미사일 발사 3번, 담화 발표 3번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력시위에 나서면서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끌고 나가기 위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측이 요구한) 중대과제란 이중기준 철폐와 적대정책 철폐다. 북한이 도발해도 비난하지 말고, (대북)제재 완화와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인데,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관계도 평행선을 그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비대면 남북회담 체계를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북측과의 대화를 통해 연내 남북 고위급회담도 제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북측과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 국무부는 통신선 복원에 대해 “남북 간 협력이 한반도에서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형 반항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0일 신형 반항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방과학원은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 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박정천 당 비서가 국방과학연구 부문 간부들과 함께 시험발사를 참관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남북미 간 입장차 여전

일단 북측이 요구하는 중대과제 해결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유엔의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우리는 유엔과 북한 이웃 나라들과의 외교를 통해 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이 선(先) 체제 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북측의 비핵화 조치가 선결과제라는 데 비중을 뒀다. 북미가 상대방에게 공을 떠넘기고 있는 양상이다.

강온 양면전술을 구사하는 북측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미사일 시험에 대해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남북관계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 교수는 “북측은 일정 기간 장내에서 통신선 복원을 통해 소통하고 장외에서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압박할 수 있다. 강온 양면전략은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북측의 장외 압박전략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있다. 적어도 10월 하순이나 11월 초순까지 대화에 방점을 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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