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민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시민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경과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백신을 늦게 구해 접종 속도가 느렸던 아시아가 미국과 유럽을 앞서 나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접종에 있어서 미국을 앞섰거나 그렇게 하는 과정에 있는데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는 100명당 백신 접종 수에서 미국을 앞섰다고 전했다. 이는 올해 봄만 해도 생각할 수 없던 못한 속도였다.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인구가 50%인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중증 예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5~8월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전체 백신 접종자의 약 0.6%만이 심각한 질병을 앓았고 약 0.1%가 사망했다.

일본에서는 확산세가 지난달에 비해 절반 정도 감소해 하루 확진자가 1천명을 조금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말 23만명을 조금 웃돌던 입원 환자 수는 지난달 28일 기준 약 3만 1천명으로 급감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거의 ‘토끼와 거북이’ 같은 이야기”라며 “아시아에서는 백신을 구할 수 있을 때마다 바로 사용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이같이 서방 국가들과 달리 아시아에서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은 데는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과 대조적으로, 아시아에서 백신은 결코 양극화 문제가 아니었다. 백신 반대 캠페인은 어디서든 이뤄지고 있으나 그 규모는 서방 국가들보다 훨씬 적었고 잘못된 정보를 허용하는 생태계가 언론, 옹호 단체,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은 경우도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초기 방역 상황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국가들은 공동체의 요구를 개인의 자유보다 더 우선시 할 용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아시아에서는 백신이 전염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있다. 서울과 도쿄 등에서 처음 백신 접종을 시작했을 때 희망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섰으며, 예약 웹사이트에는 1천만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해 먹통이 되기도 했다.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힘든 주민들이 많은 국가에서는 백신 외에 선택권이 없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생존을 위해 실업 수당에 의존할 수 없는 수천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의 최대 고향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인 아리스만(35)은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발한 시노백 백신을 두 번째 접종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내가 아프면, 돈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여전히 위험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대부분 국가들이 자체 백신을 제조하지 못하고 있으며 만약 각 국에서 부스터샷(추가 백신)을 승인한다면 공급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이 더디고 고르지 못해 경제 전망을 끌어내리고 있다. 아시아 개발은행은 최근 백신 접종 문제로 올해 아시아 경제 성장 전망을 7.3%에서 7.1%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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