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이재명 경기도지사, 곽상도 의원. ⓒ천지일보, 뉴시스 2021.9.30
왼쪽부터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이재명 경기도지사, 곽상도 의원. ⓒ천지일보, 뉴시스 2021.9.30

여야 복잡하게 얽힌 대장동 의혹… 서로 ‘몸통’ 떠넘기는 상황

검·경 수사핵심 ‘이재명 배임’과 ‘곽상도 등 정치법조계 뇌물’

민간사업자에 4000억여원 돌아간 대장동 사업 과정이 핵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의혹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수사의 초점이 어디로 맞춰질 것인가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의혹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할지,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챙긴 의혹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등을 겨눌지에 따라 대선정국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김태훈 4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김 차장검사를 포함해 배치된 검사만 17명이다.

수사팀에서도 중심에 선 곳이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다. 경제범죄형사부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부터 사업의 중심에 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업무 과정, 이후 민간업자의 수익배당까지 전반에 걸쳐 의혹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현재 대장동 의혹은 여야가 잘못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몸통’으로, 민주당은 곽 의원 문제를 기점으로 ‘국민의힘 게이트’로 몰고 있다. 무엇이 잘못이었고 어디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는 결국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을 들여다봐야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입구가 종이로 가려져 있다. ⓒ천지일보 2021.9.27

◆수천억원 수익 난 대장동 사업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의 한 종류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과 함께 대장동 일대 92만 467㎡에 5903가구를 짓고, 수정구 신흥동의 5만 6022㎡ 부지를 공원화하는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전체 개발 규모만 1조 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는 바로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다.

어마어마한 개발규모만큼 발생한 수익도 남달랐다. 성남시는 5503억원의 수익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이 돈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은 배당금 1822억원을 비롯해 민간기업이 지출한 공원조성비 2761억원과 터널공사비 920억원(실제로는 703억원으로 확인) 등 3681억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3681억원은 실제 수익이 아니고, 성남시가 지출해야할 비용을 민간기업이 대신 책임지고 공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수익으로 잡은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성남시의 수익은 배당금으로만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 이재명 캠프) ⓒ천지일보 2021.9.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9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제도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 이재명 캠프) ⓒ천지일보 2021.9.29

◆이 지사는 화천대유에 특혜를 줬나

성남시만 수익을 낸 게 아니다. 사업에 참여한 민간기업들도 수천억원대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하나은행 등은 이 사업으로 4040억원의 배당수입을 올렸다. 화천대유는 577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고 파악됐다. 천화동인 1~7호는 성남의뜰 지분 6%로 3년간 3463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이 이렇게 정국을 뒤덮은 이유는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민간기업들이 투자대비 엄청난 수익을 얻은 게 아니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화천대유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화천대유는 성남의뜰 지분 1%를 보유했다. 또 화천대유에 투자한 관계자들은 종합 4억원 정도를 투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즉 극히 적은 투자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로소득을 챙긴 게 아니냔 의혹이 터져 나온 것이다.

대장동 의혹이 이 지사를 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개발사업이 진행될 당시 성남시장은 이 지사였고, 이 막대한 수익을 민간사업자들이 가져가도록 특혜를 준 사람이 바로 이 지사라는 지적이다.

검찰이 대장동 사업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며 확인할 부분도 여기다. 만일 이 지사가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특혜 의혹의 근거로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업을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론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현재 이재명 캠프에서 일한다며 이 지사가 모든 의혹의 몸통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등 관련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건물 밖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천화동인 1호의 대표는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 이한성씨다.

화천대유의 법률고문 권순일 전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도 주목받는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원이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당시 전원합의체 일원이었다.

권 전 대법관은 법복을 벗은 뒤 화천대유의 법률고문으로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권 전 대법관을 사후수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 혐의는 경제범죄형사부가 배당받아 수사 중이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대장동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은 민간개발 특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며 “‘단군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인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억측과 곡해, 왜곡보도, 네거티브를 넘어선 마타도어가 난무한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7.2

◆곽 의원 아들은 왜 50억원을 받았나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는 지난달 27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화천대유에서 지난해 4월 473억원을 빌린 의혹에 관해서다.

경찰 출석 자리에서 김씨는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산업재해(산재)를 입었기 때문”이라며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 산재를 입어서 그분이 대답하지 않는 한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들여다봐야 할 또 다른 의혹은 바로 이것이다. 50억원의 퇴직금 또는 산재위로금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현행법상 산재로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1억원이 유족에게 지급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을 통한 보상금이라 할지라도 유족보상연금은 올해 기준 최대 2억 9400여만원이 전부라고 알려졌다. 즉 곽씨는 산재사망으로도 받기 힘든 금액을 받은 셈이다.

게다가 곽씨와 화천대유는 산재 신청도 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년간 화천대유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관서에 대한 산재 신고는 법적 의무임에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50억원이 곽씨의 산재 때문이 아니라, 곽씨의 아버지인 곽 의원을 보고 건넨 ‘대가성 뇌물’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 의원이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공사업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아줬다는 의혹이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 등도 법률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던 사실이 알려지며 법조인 출신 일부 야당 인사들도 화천대유에 깊숙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도 법률고문으로 일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장동 의혹을 ‘법조인 게이트’로 보면 전혀 다른 방향의 해석도 가능해지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매물로 내놓은 주택을 김만배씨의 누나가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이를 ‘뇌물 정황’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며 해당 매체를 형사고발했다. 그러나 여당은 우연치곤 너무 절묘하다면서 의혹을 키우는 상황이다.

여야가 복잡하게 얽힌 이번 사건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선 결국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 수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만배씨 수사 결과에 따라 칼끝이 여당을 향할지 야당을 향할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판교 대장동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9.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판교 대장동게이트 특검법 수용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9.30

◆수사 속도내는 검경

수사기관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팀이 구성되자 검찰은 곧바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의혹을 받는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청담동 회사 등을 지난달 29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11시간 이상 진행돼 밤 9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또 검찰은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 회계사 정영학씨로부터 녹취파일 19개를 제출받았다. 녹취파일엔 유동규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파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등장하면서 정치권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김씨와 관련해선 경찰도 수사에 한창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을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팀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고석길 총경)을 팀장으로 한 반부패수사대 27명과 서울청 11명 등 총 38명으로 꾸려졌다.

수사팀은 김씨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간 자금 흐름을 내사해온 서울 용산경찰서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넘겨받았다. 김씨가 지난해까지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린 경위 등을 집중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이 대표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조사를 받은 뒤 3차례에 걸쳐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조만간 금융정보분석원(FIU) 첩보와 관련한 또 다른 조사 대상자인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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