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메이와쿠(迷惑), 즉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리 불쾌하고 기분 상하는 일을 당하더라도 면전에 대놓고 화를 내거나 함부로 말하는 것조차 꺼린다. 당연히 화를 내야 할 상황에서도 극도의 자제심을 보이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지난 3월 뜻하지 않은 쓰나미로 국가적 재앙을 당하고서도 침착한 모습을 보여 과연 일본인답다, 일본의 저력은 바로 저것이다, 그것은 바로 오랜 세월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메이와쿠 문화 덕분이라며 우리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구호물자를 보내고 자원봉사자들이 달려갔으며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힘내라 일본”을 외쳤다. 대개는 그것이 진심이었고 이웃 간의 정이라는 게 그런 것이며, 두 나라 사이에 비록 아픈 과거가 있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관계가 더 좋아질지 모른다는 알뜰한 소망도 품어 보았다.

그런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지나온 오랜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그들은 분명 다시 일어설 것이되 속된 본마음은 버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영 떨쳐내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역시 그랬다. 그들은 뚝심 있게 일어섰고 다시 기운을 차렸다.

다 죽어가나 싶던 그들이 숨을 고른 뒤 이웃에게 가장 먼저 한 짓이라는 게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며 시비를 걸어 온 것이다. 배은망덕(背恩忘德)의 극치다. 저들끼리는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며 웃음 띤 얼굴로 수없이 고개를 조아리면서도, 정작 이웃 나라 국민에게는 ‘메이와쿠 쓰나미’를 퍼붓고 있다.

물에 빠진 놈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있다. 이건 뭐, 우리 입장에선 임금 뵈러가는 양반 옷이 얇다며 걱정해 준 거지꼴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완전 어이없을 뿐이다.

우리가, 우물에 빠진 늑대가 가엾다며 우물로 내려가 제 등을 타고 우물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운 뒤 자신은 오히려 우물에 갇히고 늑대에게 어리석은 놈이라며 조롱당한 양도 아닌 것이, 저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을 진정 바보로 아는 건지, 멀쩡한 정신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인 면에서 보자면 일본은 우리보다 강한 나라임에 틀림없고 그래서 그들은 비록 국가 비상사태를 맞긴 했어도 이웃나라에서 보여준 염려와 구호물자나 성금 따위를 새 발의 피 정도로 여겼거나 “너나 잘하세요”라며 비웃었을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그런 것이다. 그들이 몰염치하게 독도 망언과 만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그들이 우리보다 강하며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세월을 되짚어보면 그들은 늘 불량 이웃이었다. 은혜를 모르는 족속들이었다. 아낌없이 주었으되, 아낌없이 빼앗으려 했다. 힘이 없다 싶으면 주저 없이 쳐들어왔고 노략질해 갔다.

사람 본성이 쉽게 고쳐지지 않듯 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도둑놈 심보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도적을 막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힘이 있어야 한다. 불량 이웃을 둔 우리가 늘 명심 또 명심해야 할 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