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대마펀드' 만들기도, 최근 47명 기소

(서울=연합뉴스) 마약이 상장사 대표나 은행원, 유학파 회사원 등 화이트칼라 계층에까지 깊이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는 '마약 펀드'까지 만들어가며 투약한 것으로 나타나 중산층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코스피 상장사 대표였던 조모(48)씨는 지난 2005년 미국에서 귀국한 지인을 통해 히로뽕을 처음 접했다. 한 번 빠져든 조씨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히로뽕을 찾았다.

심지어 가족까지 마약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집에서 히로뽕을 투약하다 동거 중인 사실혼 관계의 내연녀에게 들키자 꼬드겨서 함께 환각을 즐겼다.

그는 원래 결혼한 부인에게 돌아간 뒤에도 마약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부인마저 중독자로 만들었다. 조씨는 마약에 빠져 지내다 결국 회사마저 잃었다.

검찰은 최근 조씨를 구속기소하고 그의 부인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마약 펀드를 만든 부유층 자제들도 대거 검찰에 적발됐다.

모 스포츠협회장 출신 인사의 아들인 김모(27)씨는 유학 시절 알게 된 부유층 친구들과 함께 100만∼400만원씩 모아 펀드를 만들어 대마를 밀수했다.

이들은 이 자금을 항공료, 숙박비, 대마 구입자금 등으로 쓰며 2009년부터 작년 말까지 미국에서 3차례에 걸쳐 대마 700g을 들여와 나눠 피웠다.

검찰은 김씨를 포함해 2명을 구속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해외 유학파와 은행원도 마약의 유혹에 빠져 법정에 서게 됐다.

미국에서 고교까지 다니고 영국에서 대학을 나온 회사원 이모(33)씨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2천500만원의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중국에서 히로뽕을 밀수해 판매키로 했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안모(39)씨에게 히로뽕 자금을 대 달라고 부탁, 올 3월 중국에서 히로뽕 5.49g을 속옷에 숨겨 들여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이씨에게 밀수 자금 300만원을 빌려준 안씨는 국내 모 은행 창업 멤버의 아들로 이 은행 행원이었다.

검찰은 작년 하반기부터 지난달까지 화이트칼라 계층 마약사범을 집중 단속해 16명을 구속기소하고 3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희준 부장은 "화이트칼라층이 외국 유학이나 관광, 출장 등 해외에 드나들 기회가 잦아 마약을 쉽게 접하는 데다 중독성을 가볍게 생각하고 자제력을 과신해 경계심 없이 마약에 빠져든다"며 "특히 이들은 외국어 실력과 외국 경험을 바탕으로 손쉽게 투약사범에서 공급·밀수사범으로도 진화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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