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노나라 대부 계강자가 어느 날 공자에게 물었다. “자로를 인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모르지만 한 나라의 군사에 관한 일을 감독 지휘할 만한 수완은 가지고 있습니다.”
자로는 공자의 여러 나라 방랑에 기꺼이 수행해 따랐고 장저, 걸닉, 은자와 같은 노인들과도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

자로가 계씨의 집사였을 때 계씨가 공자에게 물었다. “자로가 대신으로 발탁할 정도의 인물일까요?” 공자가 답했다. “아니 그건 무리겠지요. 보통 관리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 자로는 포나라 대관으로서 위나라로부터 초청을 받아 공자에게 인사하러 찾아왔다. 공자가 자로에게 일렀다. “포라는 곳은 난폭한 사람들이 많아 여간해서 다스리기 힘든 고장이다. 그러므로 내 말을 잘 들어 둬라. 항상 공경하는 태도를 잃지 마라. 그러면 난폭한 사람들도 반드시 따라온다. 또 관용과 공정한 자세를 무너뜨리지 말라. 그러면 백성들도 반드시 지지해 준다. 이 두 가지를 실시하여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뚫고 나갈 수 있다.”

위나라 영공에게는 총애하는 남자 부인이 있었다. 그런데 태자 궤외가 이 남자 부인을 죽이려다가 실패하여 처벌이 두려워 나라 밖으로 도망을 쳤다. 얼마 뒤 영공이 죽자 남자 부인은 공자 영에게 뒤를 잇게 하려고 했다. 공자 영은 반대했다. 망명 중인 태자 궤외의 아들 첩이 뒤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을 내세웠다.

그래서 첩이 위나라의 새로운 왕으로 옹립되었다. 그 사람이 출공이다. 출공이 즉위한 지 12년. 그의 아버지 궤외는 아직도 나라 밖에서 망명 중이라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위나라 대부 공회를 이용하여 왕위를 빼앗으려고 했다. 그즈음 자로는 공회의 영지에서 대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궤외는 먼저 음모를 꾸며 공회의 집으로 몰래 들어가서 공회를 협박하여 그 일당들을 이끌고 아들 출공을 습격했다. 출공은 노나라로 망명했으며 반란은 성공했고 궤외는 왕으로 즉위했다. 그가 바로 위나라 장공이다.

반란이 일어났을 때 자로는 임지에 있었는데 급보를 듣고는 급히 위나라 도읍으로 달려갔다. 성문 가까이 갔을 때 마침 성 안에서 나온 자고와 만났다. 자고는 자로를 말렸다. “출공은 망명하시고 성문은 이미 닫혔소. 귀공도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일부러 사건에 휘말릴 필요는 없소.”
그러나 자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아니오. 녹을 먹은 자로서 주군의 어려움을 보고 저버릴 수는 없소.” 자로의 뜻이 강경하자 자고는 단념하고 혼자 떠났다.

자로는 성 밑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위나라로 들어가는 사자가 도착하여 성문이 열렸다. 자로는 사자의 뒤를 따라 성 안으로 들어가 곧장 궤외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궤외는 공회와 함께 망루에 있었다. 자로는 궤외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 반역자 공회는 필요가 없어졌으니 부디 제게 내려 주십시오. 제 손으로 죽여 버리겠습니다.”

궤외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거절했다. 자로는 격분하여 망루에 불을 지르려 했다. 놀란 궤외가 석걸과 호염에게 명령하여 칼로 자로를 치라고 했다. 그들의 칼이 자로의 갓을 깨뜨렸다. 자로는 눈을 부릅뜨고 “보라, 군자는 죽더라도 갓을 벗지 않는다” 하고 외치고는 다시 갓끈을 졸라맨 뒤 숨을 거두었다.

위나라에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공자의 귀에 들어왔을 때 그는 말했다. “아, 자로의 일이니 분명….” 공자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그 뒤 과연 자로의 죽음이 전해졌다. 그때 공자는 숙연히 이렇게 말했다. “그가 내 제자가 된 뒤 내게 대한 세상의 비난을 도무지 들을 수가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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