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AP/뉴시스】프랑스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2019년 8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AP/뉴시스】프랑스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가 2019년 8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 앞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출범 발표를 둘러싼 외교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하나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는 왜 영국을 비난하지 않을까.

프랑스 외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오커스 동맹을 두고 “이중적, 경멸, 그리고 거짓말”이라고 맹비난하며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 위기가 임박했다고 선언했다.

프랑스가 이번 협정을 비난하는 이유로는 호주와의 계약 파기가 꼽힌다. 오커스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지원키로 하면서 프랑스가 호주와 이전에 체결한 77조원 규모의 잠수함 계약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프랑스 정부는 미국과 호주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으나 영국에 있는 대사는 소환하지 않았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스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사를 소환한 이유에 대해 프랑스 정부와 미국, 호주 사이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상징한다면서도 영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동맹국인 프랑스가 주미 대사를 소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매체 르몽드는 이날 영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소환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이상한 예외’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는 영국 정부가 최근 몇 달 동안 이주, 어업권, 코로나19 검역 요건 등에 있어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에도 영국을 거의 제지하지 않았다.

이미 긴장된 영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였을까? 영국에는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많은 프랑스 관리들은 후자에 무게를 뒀다.

프랑스 관리들은 영국을 오커스 협정의 하위 파트너로 간주한다고 WP는 전했다. 한 프랑스 외교 관리는 WP에 “영국은 기회주의적으로 이 작전 전체를 따라갔다”며 “우리가 파리 주재 영국 대사와 상의해 어떤 결론을 내려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르드리앙 외무장관도 앞서 TV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영원히 기회주의적임을 알고 있다”며 오커스에서 영국의 입장을 ‘마차의 다섯 번째 바퀴(être cinquième roue du carosse)’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는 프랑스에서 쓸모없는 사람이나 물건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4개의 바퀴만 필요한 마차의 무용지물인 다섯 번째 바퀴라고 빗댄 것이다.

프랑스 관리들은 이전에도 오커스에서 영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음을 조롱하듯이 암시했었다. 대사 소환 전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장관은 “영국 친구들은 그들이 ‘글로벌 영국’을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EU)를 떠난다고 우리에게 설명했었다”며 “우리는 이것이 미국으로의 회귀이며 종속되는 형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서양의회 유럽센터의 벤자민 하다드 소장은 WP에 프랑스가 ‘건방진 조치’를 취했다며 “영국이 이 이야기의 최전방 주자가 아니라고 일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평의회 의장은 프랑스 정부가 단지 빙빙 돌아 영국을 비난하려고 하는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프랑스에 있어 호주나 미국보다도 가까운 영국과의 분쟁을 일으키는 게 훨씬 어렵다”며 영국과의 마찰이 있을 경우 일상적인 이익에 대한 영향과 관리할 수 있는 작업량이 다른 두 나라와는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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