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이혼 전력과 자녀의 존재를 숨기고 결혼했다면 ‘사기결혼’으로 혼인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4부 한숙희 부장판사는 A(45)씨가 과거의 결혼 및 이혼 사실과 자녀의 존재를 숨긴 아내 B(48)씨를 상대로 낸 혼인 취소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남편인 A씨는 1994년 지인 소개로 부인 B씨를 만나 동거하다 1997년 혼인신고를 했고, 1998년과 2002년 부부는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부인은 이미 1984년에 결혼을 했으며, 전 남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다.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결혼한 지 14년째인 지난해다. 누군가의 투서를 통해 부인이 과거 다른 남성과 결혼한 뒤 자신과 동거 중이던 1996년 이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남편은 동거기간 중 부인이 세 차례 임신중절 수술을 한 것과 2002년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둘째 아이가 질식해 숨진 것을 부인이 과거의 혼인 사실을 숨기려 저지른 일이라고 의심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에 남편은 부인을 상대로 결혼 취소와 위자료 9000만 원, 재산분할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며, 부인도 이에 맞서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5000만 원, 재산분할 등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부인의 이혼 전력과 두 명의 자녀를 둔 점은 남편이 혼인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남편이 이를 미리 알았다면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현행법상 혼인을 취소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남편은 부인의 적극적인 기망 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측면과 혼인관계가 14년간 지속돼 문제가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자녀까지 있는 점 등을 모두 참작해 부인이 남편에게 지급할 위자료를 10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혼인 기간과 부인이 가사를 전담하면서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계를 도운 점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을 50대50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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