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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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험담을 반영한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라고 하면 좀 더 공감을 얻게 된다. 더구나 몰랐던 세계나 영역에 대해서 새롭게 알려주는 내용이라면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팩션이나 팩추얼 드라마의 인기는 실제 사실에 바탕을 둔 점 때문이다. 자신의 실제 경험과 연결 지을 수 있다면 더욱 몰입의 여지가 커진다. 하지만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 경험담이 반영된 것이므로 모두 진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최근 군무이탈자를 다룬 드라마가 주목을 크게 받았다. 마침 군대 내의 사건들이 같이 부각이 되면서 이 드라마가 많은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게 됐고, 대선예비주자들도 관련 정책 공약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이 드라마는 군무이탈자 체포조를 통해 군대를 이탈하게 된 병사들의 내외부적 배경 이야기를 다뤄서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쫓는 사람이나 쫓기는 사람이나 다 같은 대한민국의 젊은 청춘들이라는 점에서 공감의 폭이 충분히 커질 수 있고, 이 같은 점은 웹툰 연재 시절에도 증명이 된 점이기도 하다.

단순히 병영체험을 다루거나 특수부대를 신화화, 영웅화하는 밀리터리물과는 달랐다.

또한 추억의 내무반을 다루거나 군대 내의 고충을 개인적으로 담아낸 군대 관련 콘텐츠들과도 차별화를 이뤘다. 군조직의 불합리와 간부들의 욕망과 비리에 따른 병사들의 고통까지 다뤘다. 실제 사연과 강도 높은 묘사 때문에 리얼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싶은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디.피.’라는 군탈체포조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들이 나열되고, 전방의 작은 사단에서 겪은 디피의 몇몇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디피’를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부대의 출신들이 보기에는 좀 어이가 없을 수 있다. 더구나 군사경찰 부대의 병사들이 수행하는 업무들은 간략화 되거나 또 담당 수사관의 모습이나 그들의 업무처리 구조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더구나 작가가 스스로 자신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점을 강조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알 수 없는데, 그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모두 사실이나 진실인 것으로 언론 매체들의 극찬은 인식할 수 있게 했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이들 가운데는 군대 생활의 실제를 알고자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자칫 정보 비대칭 현상 때문에 역선택(逆選擇, adverse selection)에 빠질 수 있다. 정보를 제대로 갖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좋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다. 군대에 관한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될 수 있다.

군 관계자들은 2014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의 군대와 많이 다르다고 한다.

물론 간부들이 볼 수 없는 사병들 사이의 문제들은 언제나 있기에 지금도 그런 문제들이 없을 수는 없고 그것이 군무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 ‘디피’는 다큐가 아니라 픽션 콘텐츠라는 점이다. 극단적인 사례들을 모아서 극적으로 구성한 창작물이다. 따라서 이를 수용할 때는 분별이 필요하다. 더구나 더 극단적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군대가 이 드라마에서 그리는 모습은 아니다. 평균적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군대 전역을 한 이들도 호응을 보내면서 드라마에 대한 관심 증폭 효과를 일으킨다. 군대에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졌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자기준거효과(self-reference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과 관련지어 바라보면 기억이 잘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항상 ‘허위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에 주의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에 따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도 주의를 해야 한다. 개인이 경험한 군대 생활이 대한민국 군대의 전부일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군대 리더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택적 지각으로 확증편향에 따라 허위합의 효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군대의 리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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