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해병대에서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 7월 4일 우리 국민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해병대의 김모(19) 상병이 동료들을 조준하여 무차별 사격을 했다. 4명이 사망했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7월 14일에는 같은 해병 2사단 예하부대 소속 A원사가 영내 집무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믿어지지 않는다. 해병대는 제대 후에도 모임이 활성화되어 각종 사회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끈끈한 전우애를 자랑하는 조직이 아닌가. 이번 사건은 해병대의 슬픔이요 치욕이다.

이를 계기로 군대에서의 사병, 부사관, 장교 모두의 정신 건강관리를 철저하게 하자. 물론 지금도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 상병은 이미 ‘관심사병’으로 분류되어 사건 당일 날에도 소대장과 면담을 했다고 한다. 신병교육대 검사에서도 ‘정신분열 의심 증세’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관리의 측면에서 미흡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심층적 상담과 더불어서 치료를 받았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100% 사고 예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신병리 증상을 줄임으로 인해서 사고의 발생 비율을 줄이거나 또는 사고의 강도를 완화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부대장이 관심사병을 정기적으로 면담하고 관리하는 것은 ‘멘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병의 관리를 맡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신건강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군대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 군대 내에 정신과 전문의가 있지만, 숫자가 매우 부족할 것이다. 그들은 또한 의무복무 기간이 있는 사람들이다. 민간 의료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서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전문의와 만나게 하는 것을 제안한다. 비록 책임 소재 및 관리 또는 역할의 갈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 번 고민하고 시행해 봄직하다. 실제로 필자는 몇 명의 현역 군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부대장이나 간부 요원이 잘 협력해 줄 때 그들의 치료 성과가 높아짐을 깨닫고 있다.

현재 높은 수준의 민간 의료를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군 자체의 의료 수준을 끌어 올리는 노력도 병행하면 좋겠다. 군인은 총검을 사용한다. 적을 물리치기 위해서 훈련을 한다. 적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을 어느 정도 함양하기도 한다. 그래서 군인은 건강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것 외에 정신적으로 건강함이 무척 중요하다. 어르신들은 요새 젊은이들이 워낙 편안하게 자라서 정신적으로 많이 나약해진 끝에 군대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찌 탄식만 하고 있으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나약함 또는 불안정함을 강인함과 안정감으로 고쳐줘야 할 사회적 책무가 우리 기성세대에게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즉 젊은이들이 나약해졌다는 사실보다 더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사회의 변화가 이미 너무 많이 이루어졌음이다. 따라서 개인의 변화보다는 사회의 변화를 탓함이 더 타당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의 정의를 ‘단순히 질병이나 불구가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행복한 역동적인 상태’라고 규정짓는다. WHO에서 강조하고 있는 정신적 건강을 우리는 잘 챙기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리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은 건강을 단순히 신체적 질병이 없는 상태로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정신 건강 챙기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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