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위원장 인터뷰

1.인권위에 접수되는 진정 사례 중 장애인 차별 관련건의 비율이 높은데, 어떤 사례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할 수 있나?
인권위가 설립된 2001. 11월부터 금년도 6월말까지 저희 위원회에 접수된 장애차별 진정은 453건입니다. 전체 차별 관련 진정사건이 총 3,442건이니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신분 차별 관련된 진정이 22%로 제일 많습니다만, 사회적 신분이라는 것이 그 종류가 다양하고 범주가 넓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일 차별사유로는 장애차별 진정 비율이 제일 높다고 볼 수 있지요. 또한 금년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차별 진정이 크게 늘고 있는데요, 금년도 1~6월까지 6개월간 접수된 장애차별 진정만도 112건이나 되니, 작년 1년간 접수된 113건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간 인권위가 처리한 주요 장애차별 사례를 보시면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미설치,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휠체어리프트 운행, 무궁화호 열차에 전동휠체어 고정 장치 미설치, 전동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서울광장 출입금지,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의 음식점 출입금지 등이 있었습니다. 이 중 지하철역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저희 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벌이기도 했었지요.

다음으로는 ▲장애인들의 교육권과 관련된 진정이 많았는데요, 실업계고등학교에 특수학급 미설치, 특수학교 입학 시 모든 책임을 장애학생과 학부모가 책임지는 서약서 징구, 한센인 자녀라는 이유로 먼 거리에 있는 중학교 배정 등의 진정이 있었습니다. 또한 공무원 채용시험 및 기업체 채용시험에 있어 점자문제지 및 확대답안지 등 미제공, 시험시간 연장 미조치, 재판 때 방청객에게 수화통역 미제공, 무진단(無診斷) 암보험 심사 때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을 더 많이 건강검진대상자로 선정, 만성신부전증이 있는 사람을 교수임용에서 탈락시킨 것 등이 있습니다. 이렇듯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비장애인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실 수 있겠습니다.

2. 장차법 시행이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보는지?
장애의 문제는 단지 생활하기에 불편한 것일 뿐, 개개인의 존엄성 측면에서 볼 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달리 대우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즉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시혜와 복지의 차원에서 수혜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향유하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은 장애인에 대한 시혜나 혜택이 아닙니다. 장애인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대한 동등한 참여가 보장돼야 하며, 이를 사회가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합니다. 장차법에서 제시하는 편의 제공부분은 새로운 내용이 갑자기 만들어 진 것이 아닌 기존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거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내용들에 관한 것으로써 우리 사회가 마땅히 해야 했지만, 편견이나 재정적 이유로 지금까지 미뤄왔던 것들입니다.

5년 전 지하철역에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부 시민들은 비용 부담을 걱정하며 설치를 반대했습니다. 장애당사자분들은 이동권 확보를 위해 쇠사슬을 목에 감고 격렬히 저항했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지금은 어떻습니까. 장애인들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약자, 노인, 유모차를 탄 아이, 임산부 등 일반 시민들이 그 편의를 더 많이 누리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은 장애인들만을 위해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은 결국 모든 시민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하면, 이제 기업과 학교 및 건물의 이용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차별로 인정될 수 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 않을까?
예, 기업이나 학교에서 이를 우려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들은 주로 재정적 부담에 관한 것들이 많을 텐데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편의 제공에 있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에는 차별로 보지 않기 때문에 재정적인 부담은 합리적인 선내에서 결정되리라 봅니다. 따라서 편의 제공에 관한 부담은 재정적인 부담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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