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출장증빙 구현화면.(제공: 경남도)ⓒ천지일보 2021.8.26
디지털출장증빙 구현화면.(제공: 경남도)ⓒ천지일보 2021.8.26

출장 증빙·AI비서·구내식당 열람시스템 개발

직원 개인, 예산 없이 3개 시스템 개발·보급 

'스마트한 행정으로 도민 체감 정책 이끈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경남도청 A주무관이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향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직원들의 구내식당 이용률이 높아져 배식받기 위한 대기 줄이 길다. 물론 정해진 간격을 유지해 줄을 서지만 그래도 왠지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떨칠 수가 없다. 결국 정 주무관은 가까운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경남도청 구내식당 이용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부서별 4부제와 직원 간 일정 간격을 두는 등 정부지침에 따라 운영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의 우려는 크다.

경남 G-랩의 1호 과제 ‘구내식당 배식 대기 밀집도 열람시스템’은 이러한 우려를 확연히 낮췄다.

구내식당의 배식 대기 줄 밀집도 현황을 내부 업무관리시스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무실에서 식당으로 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지를 미리 알고 출발할 수 있다. 매주 바뀌는 부서별 점심시간이 언제인지 바로 알 수 있어 편리성까지 더욱 높였다.

이 시스템으로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효율적으로 분산해 직원 간 코로나19 감염률을 낮추고 여유로운 휴식 시간 관리가 가능해져 직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주무관 B씨는 출장을 갈 때마다 편의점을 찾아 헤맨다. 출장을 다녀왔다는 증빙을 위해 출장지에서 구입한 물품의 영수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영수증 발급을 깜빡하고 사무실로 복귀해서 출장비 청구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A씨는 4차산업혁명 시대라는데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직원들은 출장을 갈 때마다 꾸준하게 불편을 호소했으나 딱히 해결방법이 마땅치 않은 문제였다.

경남도 G-랩 팀원이 개발한 3호 과제 ‘원터치 디지털 출장 증빙 시스템’ 덕분에 직원들은 출장지에서 힘들게 영수증을 구할 필요가 없게 됐다.

출장지에서 휴대폰 터치 한 번으로 GPS 위치를 기반으로 현지 방문을 증빙해 주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휴대폰을 터치하는 순간의 현재 위치와 출장자 정보를 암호화하고, 이를 디지털 QR코드 형태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회계감사 때에도 QR코드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위변조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어 출장여비와 관련한 경남도의 청렴도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무관 C씨는 평소 자료검색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업무와 관련된 기관들의 동향과 최신정보를 파악해야만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도민이 꼭 필요로 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씨는 오늘도 일일이 각 기관 누리집에 접속해 수작업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정보를 찾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AI비서(개인 맞춤형 업무동향 브리핑 서비스)’ 덕분에 이러한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은 경남도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AI비서는 로봇이 스스로 국내 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여러 정보·동향을 24시간 내내 자동으로 찾아내고, 이를 직원 개개인의 업무 특성에 맞게 분류해 업무용 내부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 또한 벤처형 실험조직 ‘경남 G-랩’의 2호 과제로서, 내구연한 경과로 폐기처분 대상인 PC 5대를 이용해 예산을 들이지 않고 팀원 혼자서 개발한 시스템이다.

특히 시범운영 기간에 '사용자가 직접 키워드를 설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직원 의견을 즉시 반영해 서비스를 보완했고, 이에 자신의 업무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AI비서는 중앙부처, 시도, 연구기관 등 검증된 기관의 정보만을 수집하기 때문에 고품질의 자료를 제공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향후 도내 18개 시군에도 확산을 계획 중이다.

그간 경남 G-랩이 개발한 디지털 출장 증빙, AI 비서, 식당 밀집도 열람 시스템은 단순히 일하는 방식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업무 추진 시 효율성과 편리성을 체감할 수 있어 조직 내 혁신 공감대를 확산하고, 도전정신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지난 1월부터 경남 G-랩에서는 별도의 예산 없이 자체적으로 시스템 구상, 설계, 개발까지 완료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남 G-랩 팀원인 정병호 주무관은 꾸준한 노력과 자기계발로 현재 정보처리학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 2018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 주무관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발굴·해소해 온전히 직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조성해 행복한 도민 정책 추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더 나아가 4차산업혁명에 맞게끔 디지털 혁신으로 경남도가 스마트한 도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G-랩 2기는 팀원 공개모집을 통해 올해 1월부터 정식 출범했으며, 회계·예산 등 일상사무는 배제하고, 혁신과제에만 전념하는 벤처형 실험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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