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안팎에서 반(反)탈레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아프간 정권을 무너뜨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가 온·오프라인으로 확산하고 있고, 직접 총을 들고 항전하려는 세력도 결집 중이다.

와중에 베일에 가려졌던 탈레반의 잔혹 행위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20일 외신과 소셜미디어(SNS)에 따르면 아프간 독립기념일인 전날 수도 카불과 여러 도시에서 많은 이들이 국기를 앞세우고 행진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 만세", "우리의 국기, 우리의 자존심" 등 구호를 외쳤다.

한 차로를 차지한 채 수십m 길이의 초대형 국기를 맞들고 도로를 따라 걸어간 이들도 있었다.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후 기존 국기를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로 교체하고 있었는데 이날 곳곳에서 저항에 부닥친 것이다.

잘랄라바드 등 지방에서는 탈레반의 총격에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카불에서는 탈레반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지는 않았다. 대신 오후 9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발동, 주민 통제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아프간인을 구하라'(#saveafghan), '아프간 여성을 구하라'(#saveafghanwomen) 등의 해시태그 달기 운동도 벌어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인도 콜카타 등 세계 각지에서도 탈레반에 반대하고 아프간 국민을 지지하는 동조 시위가 열렸다.

카불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는 반탈레반 항전 세력이 집결 중이다.

여기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언한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 야신 지아 전 아프간군 참모총장, 일반 군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의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판지시르에서 탈레반과 싸운 아버지의 뒤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우즈베크족 군벌 출신 압둘 라시드 도스툼 전 부통령도 판지시르로 1만명의 부대를 출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은 없다"던 약속과 달리 탈레반의 만행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전날 탈레반이 자사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아프간 현지 라디오방송국인 팍티아 가그의 대표도 탈레반에 살해당했고 전했다.

AFP 통신이 유엔 위협평가자문단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와 자체 취재한 데 따르면 탈레반은 체포 우선순위 명단을 갖고 대상자 색출 작업도 벌이고 있다.

아프간군과 경찰, 정보기관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던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영 TV 여기자의 출근을 가로막는 일도 발생했다.

탈레반은 또 외부로의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을 시행하고 있다.

공항 진입이 어려워지자 일부 엄마들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들에게 아기를 던지는 비극까지 발생,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SNS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아기라도 살려달라"는 외침 속에 던져진 아기들은 운 좋게 영국 군인이 손으로 받아내기도 했지만, 일부는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철조망 위에 걸려 다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아프간 정부가 항복을 선언한 후 1만8천여명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소수 민족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는 최근 조사를 통해 탈레반이 지난달 초 가즈니주에서 하자라족 민간인 9명을 살해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자라족은 아프간에서 인구가 3번째(9%)로 많지만, 아프간 주통치 세력인 파슈툰족(42%)에 의해 줄곧 탄압받아왔다.

(뉴델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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