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다니던 특공무술체육관 전직 관장에게 아들 훈육 부탁
집단 구타로 사망하자 범행 은폐하려고 화장

(광주=연합뉴스) 어머니가 가출이 잦은 중학생 아들의 버릇을 잡는다며 아들이 다니는 특공무술 체육관 전직 관장에게 훈육을 부탁했다가 아들이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 모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A(13)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가출을 밥 먹듯 했다.

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A군의 어머니(38)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고민을 얘기했고, 이 지인은 전직 특공무술 관장인 남편(34)에게 부탁해 부모 말을 잘 듣도록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제의했다.

부탁을 받은 전직 관장은 지난 5월 25일 광주 서구 쌍촌동 자신이 관장으로 일했던 체육관으로 A군을 데려갔다.

그는 "정신이 들게끔 혼내 주겠다"며 다른 체육관 관장, 사범 2명 등과 합세해 목검 등으로 A군의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약 30여 분간 구타했다.

심지어 이들은 겁에 질려 공포에 사로잡힌 A군에게 "대련을 해 나를 쓰러뜨리면 집에 보내주겠다"며 주먹과 발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집에 돌아온 A군은 복부 등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119에 실려 집 근처 병원에 갔으나 생명이 위독,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폭행 당한 지 9시간 만에 결국 숨졌다.

A군의 사망에 당황한 어머니와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려고 다음 날 곧바로 A군을 화장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해왔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의 어머니는 10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 둘을 키워 왔으며 A군의 형(16) 또한 어머니의 부탁으로 이들에게 매를 맞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폭행 치사 등의 혐의로 전직 관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군의 형을 구타한 이 체육관 관장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리석은 훈육 방법으로 아들을 잃은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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