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고 한다. 또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참으로 멋진 말이 있다. 우리 군 중의 군, 해병대의 닉네임이다.

귀신은 나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 귀신을 우리 해병은 반드시 잡으니 말이다. 그 신출귀몰(神出鬼沒)한 귀신을 잡는다는 우리 군의 상징인 해병이 요즘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며 온갖 수모를 다 겪고 있다.

물론 이 시대의 새로운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내홍이라 여겨지며 겪어야 할 관문이라 여겨지지만 말이다.
자랑스럽게만 여기던 대한민국 해병대의 치부가 마치 다 들어나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은 어쩌면 해병 자신들보다 더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잘못된 게 있다면 과감하고 용기 있게 버리고, 붉은 명찰의 의젓한 해병으로 하루속히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분명 낡은 것이 있다면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군의 특성과 본질, 나아가 특히 해병의 특수한 임무를 놓고 볼 때, 그 ‘전통’에 무조건 ‘군 쇄신’이라는 편파일률적인 잣대로 칼질을 하며 몰아붙인다는 것은 재고해 봐야 할 부분도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군은 특히 해병은 그렇게 의기소침해 있는 나약한 해병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 국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뭇매 속에 힘들어 할 해병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해병대 지원자가 전과 다름없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해병대 자신들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 눈을 돌려 우리 군의 역할을 생각하며 주변 내지 세계 속에 군이 지고 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북과 마주보며 호시탐탐 노리는 요새를 한 치도 허락하지 않는 우리 해병, 적의 도발엔 망설임 없이 응징으로 맞서는 우리 해병, 그동안 숱한 해상 교전에서 조금도 두려움 없이 격퇴시킨 우리의 해병이요 우리의 사랑하는 군이다. 지난해는 온 나라와 세계를 긴장시키며 급기야 ‘아덴만의 영웅’ 즉 석해균 선장까지 탄생시킨 청해부대 요원들은 악조건하에서도 한국군의 신 교전 능력과 그 용맹함을 세계에 과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업적과 사건들을 만들어 내며 ‘귀신 잡는 해병’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레바논에 요즘 대중문화의 한류에 이어 또 다른 한류를 만들어가는 동명부대가 있다. 평화유지군으로 파병 4년째를 맞는 레바논 주둔 한국장병들에 관한 얘기다.

350여 명의 한국군 장병들은 한글교실을 열어 레바논 주민들의 학구열을 올리며, 기타 헌신적 봉사활동을 통해 ‘동명부대는 신이 내린 선물’이란 칭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엔 ‘마리카 도로’라 불리는 3km 구간의 비포장도로를 아스팔트로 바꾸는 공사를 끝냄과 동시에 ‘코리안 로드’란 이름으로 바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군의 위용이 점점 나라 안팎에서 인정받고 있는 시점에 불어 닥친 개혁의 바람은 우리 군에 있어 더 큰 주문을 하기 위한 전조가 틀림없다.

튀니지의 재스민 향기가 퍼지기 시작한 이후, 지구상엔 독재에 항거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권의 민주화시위는 날이 더할수록 그 수위가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 속에서 남북한의 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가변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 시기에 대해선 속단할 수 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감당해야 할 우리 군의 몫이 크지 않다고는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중국은 미․일 연합의 군사적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힘의 균형을 염두에 둔 한국과의 밀월을 통해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도 무언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한 해석은 아니라 봐진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전례 없이 한국군과의 대화전략에 기밀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바삐 움직이는 시대조류에 우리가 주도국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의 원천은 물론 경제다. 그 경제력에 입각한 군사적 우위를 통해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구축해 가는 데 우리 군의 생각과 의식과 정신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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