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죽미령 평화공원.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오산죽미령 평화공원. ⓒ천지일보 2021.7.30

전쟁의 시작서 평화의 시작으로

더글라스 가상현실(VR) 생생해

전출명령서 받고 미지의 나라로

“미군들 희생에 미안하고 감사”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다알리아가 붉게 물들어 빠알간 얼굴을 내밀면 7월의 고귀한 피의 희생이 기억되는 공원이 있다. ‘감사합니다’란 꽃말을 가진 다알리아가 꽃길을 내면 그날을 기억하며 전쟁보다 평화가 절실히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는 평화공원이다.

오산죽미령 평화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오산죽미령 평화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1.7.30

경기도 오산시 외삼미동 596에 있는 오산죽미령 평화공원(대지 14만 626㎡, 건축 연면적 1054㎡)에는 유엔군 초전기념관과 스미스평화관이 있다. 유엔군 참전 기념비와 전시‧체험관, 다양한 테마 조형시설물과 자연이 어우러져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조성됐다.

유엔군 초전기념관은 유엔군과 북한군이 처음으로 전투를 벌인 죽미령에 6.25전쟁의 올바른 이해와 오산 죽미령 전투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스미스 특수임부부대원들의 고귀한 희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서울 근교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달리다 보면 한적한 곳, 옛 죽미령 터에 자리 잡은 오산죽미령 평화공원은 사계절 실내에서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여름 날씨에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편안하게 ‘6시간 15분간의 전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 역사가 함께하는 지역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미스평화관.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스미스평화관 전경. ⓒ천지일보 2021.7.30

◆유엔군 기념관서 당시 모습 보여줘

전시관 외부에는 미국이 개발한 패튼전차와 적의 공중 공격으로부터 지상의 인원과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된 고사포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무엇인가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해 보이기도 하는 군인 2명이 창호에 앉아있는 조형물이 그날을 상기시킨다. 또 51년 만에 돌아온 동판이 눈길을 끈다. 스미스 부대원들을 추모하고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동판은 도난당했다가 2014년 오산시의 품으로 돌아왔다.

2층으로 올라가면 6.25 전쟁이 일어나고 유엔군과 국군이 힘을 합쳐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고자 한 참전자들의 기억의 시간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는 죽미령 전투에 참전했던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미8군 제24단 21연대부대가 일본에서 훈련받던 중 우리나라로 파병, 지상군이 참전하게 되는 과정과 스미스 부대원들의 한국 이동 시간대별로 전시하고 있다.

전쟁의 영웅입니다.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관람자가 ‘전쟁의 영웅입니다’란 글을 남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1.7.30

서울에서 관람하러 온 박중기(61, 남)씨는 “처음 올 때는 그 지역의 작은 전투라 생각했는데 체험관을 통해 그날의 생생한 전쟁 체험을 하고 나니 전쟁이라는 것은 절대 없어야 된다”며 “미군들의 희생에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오산에 이런 훌륭한 역사관이 있는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관람객이 많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평화공원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알고 가는 기회를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 후 지금.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전시관 내부 ‘그 후 지금의 우리’ 전시된 모습. ⓒ천지일보 2021.7.30

◆스미스 체험관 생생함 전해

해마다 7월 5일이면 6.25전쟁 및 오산죽미령 전투 기념식을 개최한다. 유엔군 초전 기념관 1층 로비에서 7월 2일~8월 29일까지 ‘가슴에 단 명예’라는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벽에는 평화의 메시지 포토존이 있고 유아 휴게실이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직접 작성하는 “남기고 싶은 말을 적어 주세요”라는 코너에서 한 관람객은 ‘전쟁의 영웅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있었다.

참전 용사들의 증언을 통해 전쟁의 아픈 상처와 흔적이 느껴진다. 친구의 눈물과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장 소중한 친구를 끌어안는 모습을 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왜 하필 너여야 하니… 내 친구야” “사상자가 넘쳐났고 통신은 두절 되었지요” “후퇴가 조금만 지체되었더라도 우리는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등 기억의 편지도 볼 수 있다.

참전자 조형물.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전시관 내 참전자 조형물. ⓒ천지일보 2021.7.30

차창 밖으로 보이는 평화로웠던 대한민국의 풍경을 볼 수 있는 대전행 열차 안에는 그날의 현장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C54 더글라스 가상현실(VR)을 체험하면 수송기 내부와 전쟁에 참여하는 참전 용사들의 심경과 각오도 엿볼 수 있다. 효과 음향과 특수조명으로 연출된 북한군과의 대전차전과 총격전 현장도 그날의 긴장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스미스부대원이 전출명령서를 받고 들어본 적도 없고, 가본적도 없는 나라의 전쟁에 참전결정하기까지 영상으로 볼 수 있어 생생함을 더한다.

참전 용사 조형물과 물.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평화공원에 조성된 참전용사 조형물과 물 속에 비친 태극기. ⓒ천지일보 2021.7.30

◆자유와 평화를 기억하는 평화공원

인간의 삶과 자연이 공존하는 꿈을 담은 평화공원은 우리에게 쉼을 하락한다. 2020년 개장한 죽미령 평화공원은 스미스 부대원 540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문이 인상적이다. 죽미령으로 전진하는 참전용사와 물, 그림자를 통해 추모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수경시설물에는 참전 용사들의 국기가 출렁이는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 외 조명이 설치돼 탄환의 흔적 사이로 평화의 빛을 볼 수 있는 조형물, C54 더글라스 조형게이트, 6시간 15분간 치열했던 죽미령 전투와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평화공원 상징물 등도 볼 수 있다.

돌 기념비.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평화공원에 조성된 돌 기념비. ⓒ천지일보 2021.7.30

김동희(59) 유엔군 초전기념관 관장은 “기념관은 현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살아있는 역사의 교육현장이 될 것”이라며 “역점사업으로는 아직 생존해 계시는 오산 내‧외삼미동 세교동 어르신들을 모시고 전쟁 당시 생생한 증언을 구술체로 담아 기념관에 보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다녀가는 관람객 중에는 기념관 2층에 마련된 전투에 참전한 미군들의 생생한 기억 ‘비는 오는데 총알은 빗발치고’ ‘옆에서 죽어가는 전우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 등 증언을 듣고 감동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스미스 체험평화관 1층에는 ‘카페 평화’가 있어 베이커리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머리에는 빨강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지한 어르신들이 친절하게 다가와 주문을 한다. 달콤한 ‘허니버터 브레드’는 아이스크림의 사르르 녹는 맛과 부드러운 빵의 식감이 조화를 이뤄 관람으로 지친 피곤함을 해결해 준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오산죽미령 평화공원의 대자연과 역사를 통해 마음에 쉼과 여유를 얻고 힐링하는 여행을 추천해본다.

허니버터브레드와 커피. ⓒ천지일보 2021.7.30
[천지일보 오산=이성애 기자] ‘카페 평화’에서 맛 볼 수 있는 허니버터브레드와 커피. ⓒ천지일보 202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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