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경고
伊 정치적 대립으로 금융 불안 악화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세계경제대국 미국이 정치적 대립으로 꼬인 국가채무 상환 문제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위험에 처했다. 무디스에 이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14일(현지시각)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S&P는 미국의 정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그리스로 촉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유럽연합(EU)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유럽 제3, 4위 경제대국 이탈리아 스페인을 넘어 EU 핵심국 독일 프랑스까지 위기가 전염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단하긴 이르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다시 재발한다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경기를 뿌리째 흔들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두 대륙이 겪고 있는 위기론의 본질은 그러나 불행히도 유사하다. 부채감축안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과 갈등이 주요인이다.

세계경제 1위 미국, 디폴트 빠지나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3일 주요 국제신용평가기관 중에서 처음으로 미국을 신용등급 강등이 가능한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포함시켰다. 미국의 국채 한도 상향 조정이 적절한 시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 셈이다.

현재 무디스 기준으로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트리플 A(Aaa)다. 무디스와 피치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그동안 미 의회가 정부의 채무 한도를 다음 달 2일까지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내릴 수도 잇따라 경고해왔다.

그러나 재정 적자 감축 협상을 둘러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ㆍ공화당 등 미국 의회의 벼랑 끝 대치는 누그러질 기미가 안 보인다. 미 공화당은 정부의 지출을 대폭 삭감하지 않은 채 국가채무 한도(14조 2900억 달러)를 상향 조정하자는 데 반대하고 있으며 민주당의 세금 인상에 대해서도 거부하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3일 “의회가 정부의 채무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중대한 위기가 발생한다”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재앙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의회에 경고했다.

이탈리아發 유로존 붕괴 가능성 배제 못해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장중 5.75%를 기록했다. 2000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스페인은 11일 국채 수익률 6%를 이미 넘어섰다.

국채 수익률 7%는 정부가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 역시 이탈리아의 경우 12일 장중 3%를 웃돌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리스 디폴트를 막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자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들이 서둘러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경우 재정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정치적 대립에 있다. 최근 10년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탓에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19%(1조 8430억 유로)에 이르렀고, 이에 정부가 2014년까지 470억 유로의 적자를 줄이는 부채 감축안을 마련했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의회 가결이 불투명해지면서 금융 불안이 악화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로존 붕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탈리아가 디폴트될 경우 EU 자체 능력으로 대처방안이 없을 뿐더러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유로존 국가 간 교역도 위기 전파의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위기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넘어 이탈리아로 전염될 경우 유럽경제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른 수출 감소는 재정적자-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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