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종교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라고 하는 법은 있으나, 그 법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이 나라이며, 지켜지지 않는 정도를 넘어 아예 무시당하는 나라가 이 나라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한반도엔 종교적 인권적 측면에서 볼 때 아주 모순된 현상이 두 가지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세계인의 관심거리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그 하나는 북한의 종교 실정에서다. 올해로 11번째 종교탄압국으로 지정돼 있으면서도 북한은 내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종교 대신 사람을 우상화하며 그것도 3代를 이어가려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바로 이 한반도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한의 종교 실정이다. 종교의 자유를 국법으로 정해 놓고, 종교의 다원화와 다종교를 표면적으론 가장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나라인 것처럼 말하면서도, 사실은 지구촌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편협적이고 이기적이고 비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종교의 나라다. 이같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종교관을 가진 나라가 바로 남북한이다.

이 같은 종교문제를 오늘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과 나아가 인류가 하나가 되고 평화와 번영을 이뤄가기 위해 시급히 청산돼야 할 대상이 바로 이 종교적 의식과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또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요원하다는 말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요즘 서울과 지방의 주요 관청은 물론 언론사 앞에선 쉬지 않고 연일 이어지고 있는 시위가 있다. 소위 ‘개종목사를 처벌해 달라’는 눈물의 사연과 호소다. 하지만 숱한 날을 눈물로 호소를 하고 있지만 국가도 언론도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잘못된 종교관 속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우리의 종교적 의식이 그 원인이다.

강제개종목사는 가족과 하나 되거나 또는 동의하에 이단에 빠졌다는 명목을 구실삼아 강제로 개종시키기 위해 감금 폭력 수면제 수갑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전국 곳곳에서 개종교육을 자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같은 방법으로 삶과 종교의 기본권이 유린당하며 울부짖으며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해선 안 된다.

기가 막힌 사실은 개종목사들은 개종비 명목으로 부모로부터 한 건당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에 이르는 돈까지 빼앗고 있고, 부모와 자식 등 가족 사이는 원수가 되어가는 이 비극적 상황은 점점 더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또 있다.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개종의 현 상황을 경찰에 신고해도 ‘부모가 동의한 사건이라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종교문제는 경찰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식의 답만 돌아올 뿐이다.

이 나라에 사는 국민은 도대체 어디에 호소를 해야 하는가. 삶의 기본권이 짓밟히며 죽어가는 마당에서 거리에 나와 경찰에 정부에 언론에 국민에 호소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하늘의 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단 말인가.

김형석 교수(연세대 명예교수, 원로 철학박사)는 말한다. 개신교 교단 간의 분열과 대립은 많은 신도들의 양심과 인권에 고통을 주어 왔고, 또 주고 있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종교가 존엄스런 인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권을 침해하거나 유린하는 신앙은 용납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또 “신앙적 교리의 불일치로 소중한 가정의 행복과 인륜성까지 병들게 하는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 영향이 사회악에 비해 크지 않다고 자위해선 안 된다”고 크게 꼬집었다.

신앙은 선택의 문제이지 강요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며, 신앙을 자처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경의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종교는 그것들을 사랑과 은총의 질서로 높여주는 의무를 책임 지고 있을 뿐이라고 권고하는 김 교수의 권면에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땅에 이 같은 종교적 모순이 가져오는 이 시대의 비극이 하루속히 사라지고 종교의 평화가 안착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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