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실이 없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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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종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면대면 관계가 아직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족 간, 교사와 제자 간의 관계도 바뀌고 있다. 특히 앞으로의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그 인간관계만이 아니고 공간도 바뀌고 있다. 학교 건물이 필요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캠퍼스 없는 미국 하버드가 무슨 가치가 있나?(What’s the Value of Harvard Campus?)’라는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은 특히 대학생들이 비싼 학비와 방세 그리고 다른 경제적 부담을 지출하며 다니는 학교, 건물이 있는 대학캠퍼스가 필요 없게 됐다.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 자유와 독립된 생활을 하는 꿈도 사라졌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가족과 같이 일상생활하면서 대학교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인기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이미 대비를 했다. 평생교육센터를 통해 모든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학교는 지식만 습득하는 곳만은 아니다. 아무리 온라인 수업과 인공 지능 시대라 해도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간관계와 정서관계이며 공동체 의식이다. 교사, 선후배, 동료들과의 관계 형성이다. 이를 ‘인맥’이라고도 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성숙된 인간이 될 수 있고, 그 길이 성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을 통해 컴퓨터로 대화하고 지식을 쌓고 부를 축적할 수는 있을지라도, 인간관계 형성의 부는 높고, 깊고, 넓고, 두껍게 쌓을 수 없다.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는 이유는 교육시스템과 시설의 우수함 보다는, 거시적 안목으로 창조성, 비판성, 다양성, 역사성, 현대성을 갖추고 있는 곳에서 다양한 글로벌 인간관계와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이는 또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데도 긍정적이다. 그런데 작금에 국내외 모든 대학들이 1년 이상 비어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캠퍼스 건물이 필요 없게 됐다.  

팬데믹 이후 강의실, 도서관, 동아리, 스포츠, 심포지움, 세미나 등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컴퓨터 스크린이 학교 교실이고 캠퍼스가 됐다. 직접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닌 기계를 통해 간접 대화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시대가 됐다. 미래의 모든 교육 공간은 물론 시스템과 문화는 바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교육정책 지도자와 모든 교육자가 이러한 변화를 빨리 인식해 새로운 방향을 찾지 못하는 나라는 선도국가가 될 수 없다. 결국 후진국으로 쇠락하고, 교사는 직업을 잃고, 학생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제 앞으로 갈 것인지 뒤로 후퇴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머무를 시간이 없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동시에 아날로그적 정서와 인간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과감히 도전하는 소수의 인식자와 학교만이 미래 교육을 위한 자원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  

어느 날 손자와 딸이 우리 집에 와서 오전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대기업 간부로 일하고 있다. 몇 개월째 재택근무를 한다. 주로 미국 거래처와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기간 대기하며 근무한다. 가족을 위한 삶은 자연히 소원해진다.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낮에 미국 거래처와 주요한 회의를 해야 하니 부인과 아들은 집을 비워야 했다. 결국 피난처가 친정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손자의 온라인 수업이 있었다. 그런데 수업 중 엄마하고 완전 전쟁이 이뤄졌다. 딸이 명문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 분야를 전공 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자와 딸 사이는 온라인 수업지도 전쟁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 교육 장면을 보고, 앞으로 도농 간은 물론 도시에서도 부모의 교육 수준과 부에 따라서 교육격차는 더 심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앞으로의 사회는 나의 어린 시절과 같이 개천에서 용 나고 흙수저가 금수저 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도농 간의 학력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종속적인 사람은 더 종속적인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학력 수준 이상으로 자녀의 지적 학력 수준은 더 벌어진다. 지금 보다 더 소외된 청소년들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가정교육, 학교교육, 청소년 활동이 완전히 바뀌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의 20대 미만의 청소년들의 미래가 암담하게 보였다. 현재의 교과서도 문제이다. 지금의 교과서는 인공지능 시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다. 부모도, 교사도, 학교 교실도 필요 없는 사회가 되고 있는데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과거의 100년이 지금의 10년, 10년이 1년, 1년이 일주 단위로 교육 환경이 바뀌고 있다. 

아!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 먹여 살리는 청소년 세대가 불쌍하기만 하다. 기성세대인 나는 한 없이 미안하다. 앞으로의 청소년 육성의 답은 이 인공지능 사회에서 팬데믹을 극복하고 지적, 정서적,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어떻게 균형 있게 발달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육성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모든 교육 환경은 평생교육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앞으로 교육이 가야 할 나침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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