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법무부는 고검검사급 652명을 비롯해 검사 총 662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의 특징은 박범계 법무장관과 법무부가 공정한 인사라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정권 인사 위주로, 또 지금까지 정권이 불편해하던, 비리 의혹을 파헤치려 했던 검찰 간부들이 대거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여론을 불식시킬 수 없다.

구체적으로 이번 검찰 인사 면면을 보면, 박범계 사단(?)의 대거 서울중앙지검 영입이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이 중앙지검 2차장으로,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지낸 진재선 서산지청장이 3차장으로 영전했으며, 김태훈 검찰과장이 4차장 자리를 꿰찼다. 지난 4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에서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데 이어, 이번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라인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참모진으로 대거 꾸려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김학의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이미 기소까지 된 이규원 검사가 부부장검사로 승진된 것 역시 비공정 인사로 보인다.

반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각각 전보되는 등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주요 사건 수사팀장들은 대거 교체된바, 이런 인사를 해놓고 박범계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이번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적재적소에 균형 있는 인사를 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자신이 인사 제청권이 있어 칼을 휘둘렀다는 것인바, 이쯤 되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 26일 발표한 “인사 원칙이 무시된 반면 친정권 검사들은 영전했다”는 비판 성명도 박 장관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문제는 검찰 인사 시스템이다. 경찰청법에서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고(제6조제1항), 경정 이하의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이 임용한다.(제6조제2항) 경찰 인사는 경찰청장이 임용권과 추천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소속 부하인 검사의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 내는 정도가 고작인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그대로 무시해버려도 제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문제가 있는 검찰청법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최대한 이용하면서 검사를 권력에 줄세우기 하고 청와대가 정치검찰을 만드는 것이다. 경찰의 선진화된 인사 규정처럼 검찰인사도 검찰총장에게 인사추천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이 지금처럼 법무부 장관 한 사람이 검찰 인사를 멋대로 좌지우지하면서 친정권 보위 인사로 흐르는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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