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월(영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콘월(영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기후변화 및 환경' 방안을 다룰 G7 확대회의 3세션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약식회담 무산 놓고 한일 공방

전문가 “韓과 개선보단 공세 무게”

“정상 간 결단 없이 복원 어려워”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일관계가 최근에는 약식 정상회담 무산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 정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일본은 하반기 자국 내 정치 일정과 맞물려 ‘한국 때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돼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G7서 한일 정상회담 무산

한일 양국이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한일이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쉽다’고 밝힌 반면,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 먼저’라며 입장을 전했는데, 양측 간 약식회담이 무산된 이유를 놓고 두 나라 간 설명이 엇갈렸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회담에 불응했다’고 비판했고, 일본 정부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되려 책임을 떠넘겼다.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및 조건부 유예,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최근에는 일방적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발표, 잇따른 독도 도발 등으로 수년 간 대치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6.13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문재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두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6.13

◆한일관계 복원 시도에 日소극적

우리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일본 측은 재선을 꿈꾸고 있는 스가 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처지가 못돼 쉽지 않은 형국이다.

실제로 일본 공영 NHK 조사에 따르면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35%로 바닥을 쳤다. 이달에는 2%포인트 반등한 37%로 올라섰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45%로 출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우수근 콘코디아 대외협력 부총장은 17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스가 총리가 재집권하려면 올해 9월 말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전에 중의원 해산 총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스가 내각의 지지율이 최악”이라면서 “보수 우파 세력을 잡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 개선과 도쿄올림픽 문제 등으로 신경 쓸 여력은 당분간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문대통령-日스가 통화 (출처: 연합뉴스)
문대통령-日스가 통화 (출처: 연합뉴스)

◆국내 반일 여론도 확산

여기에 국내 여론도 심상찮은 형국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이어 도쿄올림픽 지도에서 독도 표기를 고수하는 것은 물론, 일본 자위대가 홍보 동영상에 독도를 ‘다케시마(일본의 독도 명칭)’로 표기하면서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독도 표기를 문제 삼아 ‘도쿄올림픽에 불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 부총장은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는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는데다 우리의 반일 여론도 커지고 있는 만큼, 해법 모색이 더욱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양국 관계가 정치, 경제, 역사, 군사 문제로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상황에서 정상 간의 ‘정치적 결단’이 없는 한 관계 복원이 어렵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굳이 일본과의 관계 모색에 힘을 빼려고 하기 보다는 당분간 관리 차원에서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의 하반기 정치 일정이 빼곡한 만큼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빈 총리실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확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6.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빈 총리실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확대회담을 마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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