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 중앙수사대장 권영재 대령이 5일 오전 서울 국방부에서 해병대 총기사고 진행경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심사병 소홀로 인한 대참사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4일 해병대 2사단의 강화군 해안 소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4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해병대는 사고 원인에 대해 “김(19) 상병의 개인․ 심리적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부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군 수사대장 권영재 대령은 5일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 1주일 전 소초장이 김 상병과 면담을 했으나 사고 당일에는 면담이 없었다”며 “소속 부대에서 사고자인 김 상병에 대해 평소 행동에 약간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내부적으로 관심사병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관심사병은 입대 전 인성검사에서 위험도가 높게 나오거나 부대 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병사들을 지칭한다.

특히 김 상병은 고교졸업 후 바로 입대해 만 19세로 자신보다 한두 살 많은 후임과 내무생활에서 자주 부딪히면서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령은 또 “현장에 있던 총기는 단발로 조정돼 있었다”면서 “사망자의 신체 부위를 검사한 결과 난사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김 상병이 상황실 내 간이탄약고에서 실탄 75발과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이 담긴 탄통을 절취했다”면서 “이 가운데 발사한 실탄은 최소 12발에서 최대 13발로 확인이 되는데 현장 감식이 끝나지 않아 숫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대령은 “사건 직전 김 상병의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몸을 비틀거리며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는 부대원 모 이병의 진술이 있었다”며 “부대 내에서 술병을 발견했지만 그것이 사고자가 마신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문감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김 상병은 총기를 난사한 뒤, 소초 옆 창고로 달아나 수류탄으로 자살을 시도했으나 폭발로 인한 부상을 입은 채 현장에서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상병의 사물함에서는 3페이지가량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유서 형식의 메모지가 발견됐다. 메모장에는 “내가 싫다. 문제아다. 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권 대령은 김 상병이 총기를 절취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총기 보관함의 열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2명이 상하로 자물쇠를 분리 보관해야 하는데 1명이 관리한 것으로 식별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기난사에서 생존한 부상자 권혁(20) 이병은 손으로 총기를 잡고 김 상병을 문밖으로 밀쳐내고 안에서 문을 잠그는 과정에서 발사 화염으로 뜨겁게 달궈진 총구를 맨손으로 잡아 화상을 입었고, 다리에도 총을 맞았다.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순간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온몸으로 제지해 동료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상병이 K-2 소총으로 난사할 당시 내무반에는 8명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병은 오전 11시 40분부터 11시 50분 사이 전화부스 인근에서 이승렬(20) 상병에 최초로 총격을 가했고 이어 부소초장실에서 이승훈(25) 하사에게 소총을 발사했다. 이들은 각각 총에 맞아 숨을 거뒀다.

제2생활관으로 이동한 김 상병은 침상에서 잠을 자던 권승혁(20) 일병과 박치현(21) 상병에게 총격을 가했고, 권혁 이병은 이를 제지했다.

이 가운데 권승혁(20) 일병과 박치현(21) 상병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편 해병대는 강화도 해안초소에서 총기 난사 사고로 사망한 병사 4명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기로 하고 장례절차 및 빈소 공개여부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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