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기조에 따라 정치권이 최근 대기업에 불리할 수 있는 법안의 입법을 무더기로 추진하면서 재계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대기업 규제 법안은 10여 건이 넘는다.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청장의 승인 없이 중소상인 적합업종에서 사업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원사업자와 수급수업자 간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영역 침범을 막기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동반성장 가치를 앞세운 각종 법안들을 쏟아내자 재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정치권과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 경쟁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일부 재계는 정치권과 정부가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며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과 재벌을 상대로 정치권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정치권이 민심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기조가 흐지부지된 데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정치권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번 기회에 ‘친재벌 정당’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며 재벌 등 재계 압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지난 1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 잘하고, 고용을 많이 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지금처럼 두부, 콩나물까지 대기업이 진출한 현실, 소상공인들이 열심히 상권을 개척했는데 그곳에 SSM을 비롯해 대기업 MRO를 투입하는 현실 등에 대해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재계의 대립 양상이 점점 격화하면서 청와대도 난감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0일 서민정책과 관련해 “‘동냥은 못 해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정치권과 재계에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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