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근로자들이 정기점검 기간을 맞아 공장안 보일러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인건비·생활패턴 걱정 vs 국민 삶의 질 향상 기대

[천지일보=김충만 기자, 김예슬 기자] “걱정이 앞선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패턴을 한 번에 바꾸려고 하니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전기전자 배전반을 만드는 D사에서는 1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회사 이모(48) 사장은 주 40시간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아직 어리둥절하다.

이 씨는 “지금까지 토요일은 평일처럼 일했는데 앞으로 그렇게 하려면 25%가량 임금을 더 줘야 하는 등 변동사항이 한두 개가 아니다”며 “일의 결과물이 나타나야 하기 때문에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노동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5인 이상 20인 미만 사업장 30여만 개에도 주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대부분 영세업자들은 일정금액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물품을 조달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추가 인건비 부담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부 직원들은 법이 적용되더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의구심을 갖는 눈치였다. 10여 명 남짓한 중소기업에 10년째 다니고 있는 홍모(47) 씨는 “갓 들어온 신입일 경우에는 몰라도 일의 성격에 따라 제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용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기업 등에 납품하는 입장인 작은 기업은 큰 기업의 주문 일정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하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이전과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 40시간 근무제 기대효과와 진행과정
‘가족과 먼 거리 여행을 갈 수 있게 됐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니 일할 맛이 난다’ ‘자기계발 할 시간이 많아졌다’.

이는 앞서 말한 우려들과는 반대로 주 40시간 근무제가 안착됐을 때 기대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상이다.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이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노동자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데 많은 근로자가 공감하고 있다.

정부도 크게 3가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먼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다. 그동안 토요일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먼 거리 여행이 어려웠던 가족들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와 자기계발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근로시간 단축은 문화관광과 레저 등 서비스 산업 중심의 내수증대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법이 적용되지 않는 산업분야가 거의 없는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한 나라로는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는 1982년 이래 1주 39시간제, 1998년 1주 35시간제를 실시해 왔다. 독일에서도 노사협약을 통해 1주 37시간으로 단축했다.

우리나라의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은 중소기업 및 영세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준비기간을 주기 위해 그간 공기업과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시행돼왔다.

2004년에는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했으며 금융·보험업, 정부투자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공공기관 등이 법 적용대상이었다. 2005년에는 300~1000인, 2006년 100~300인, 2007년 50~100인, 2008년 20~50인 사업장에 주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이달부터 기준이 근로자 5인 이상으로 바뀜에 따라 많은 사업장이 법의 망을 피해갈 수 없는 가운데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무엇이 달라지나… 이미 시행한 기업들 “걱정 앞설 필요 없어”
주 40시간제 시행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 중 하나가 바로 휴가다.

이제는 월차휴가가 폐지되고 생리휴가는 무급화된다. 연차휴가 부여 방식은 기존에 1년 만근 시 10일, 1년 추가 근속마다 1일씩 가산하는 방식에서 1년 만근 시 15일, 추가 2년 근속 시마다 1일씩 가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20인 미만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적용된다 해도 반드시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주 4일 근무제, 토요일을 활용한 주6일 근무제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 40시간제 도입 후 3년까지는 노사가 합의해 주 40시간의 법정근로시간에 더해 주 16시간까지, 3년 이후에는 주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중소시업중앙회 이수영 청장은 “인건비 등이 늘어 업주들 사이에서는 부담이 커지겠으나 주 40시간제 시행이 정착되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것은 물론 생산성과 근로자 삶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동부 정현옥 근로기준정책관은 “법정 주 40시간제 시행이 마무리되면, 소정 근로시간 단축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과 궁극적인 근로자 삶의 질 향상도 크게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영세한 20인 미만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적용되면 인건비 상승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으나 연장근로 가산수당 인하, 월차·유급 생리휴가 폐지 등의 효과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업주들도 있다. 수원에서 섬유 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 보니 당초 우려했던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업무효율이 높아져 납기를 못 맞추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걱정보다는 조금 더 제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해나갈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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