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됐던 일본 하계 도쿄올림픽이 오는 7월 열리는 가운데 올림픽 반대 여론이 전방위로 커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반대 시위에서 시위자가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문구가 든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는 모습. (출처: 뉴시스)
작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됐던 일본 하계 도쿄올림픽이 오는 7월 열리는 가운데 올림픽 반대 여론이 전방위로 커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반대 시위에서 시위자가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문구가 든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는 모습. (출처: 뉴시스)

일본인 83% “취소·연기해야”

손정의 등 재계 반대도 줄줄이

IOC “희생 치러야” 발언 논란

스가 취임 후 지지율도 최악

美 국무부, 日 ‘여행금지’ 권고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연기됐던 일본 하계 도쿄올림픽이 오는 7월 열리는 가운데 올림픽이 개최가 취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전방위로 커지는 양상이다.

올림픽 성화는 25일 기준 일본 전역의 47개현 중 28개현을 통과해 생중계되고 있다. 기존의 올림픽이라면 이 기간 축제 분위기가 점점 고조돼야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3%가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다시 연기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올림픽은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인들은 올림픽 기간 가장 필요로 할 때 의료와 재정적 지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80%가 작년 12월 이후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 1만 2312명은 영국, 미국, 또는 다른 주요 7개국(G7) 국가들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이러한 상대적 성공을 결코 정치 지도자들과 연관시키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와 18세 이상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지지율은 31%에 그쳤다. 이는 스가 총리가 작년 9월 취임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방역보다 올림픽 개최를 우선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도쿄를 포함한 일본의 가장 큰 도시 중심지는 현재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 세 번째 긴급사태에 처해있다. 지난 11일에 끝날 예정이었던 긴급사태는 확산세가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자 이달 31일까지 연장됐다.

이날 니카노 고이치 소피아대 정치학 교수는 일간 가디언에 기고를 내고 “일본 대중들은 이러한 조치(긴급사태)를 너무 약하고 늦다고 본다”며 “엄격한 봉쇄 조치가 인기 있지는 않겠지만 반복되는 부드러운 봉쇄의 끝없는 어정쩡함은 아무리 인내심이 있고 협력하려는 사람들도 뒷걸음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방역 조치의 거부와 연기가 계속되는 근본 원인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나 열악한 공중보건 인프라가 아니다. 바로 올림픽”이라고 꼬집었다.

스가 총리가 올림픽을 의식해 비상사태 도입 등의 어려운 결정 내리기를 연기하고 봉쇄 기간을 너무 짧게 정하고 결국 이를 연장시키는 가운데 봉쇄 조치들이 악화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니카노 교수는 또한 올림픽 개최를 취소해야할 이유로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의 실패를 지적했는데, 지금껏 백신을 한 번 접종한 인구가 4.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이다. 일본에서는 아직 의료진들에게 백신 접종을 끝내지 못했다.

스가 총리는 최근 올림픽이 열리는 7월 말까지 노인 백신 접종을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하루에 100만회분이 접종돼야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껏 투여된 일일 접종량은 이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모든 외국인의 신규 입국이 전면 금지됐으나 약 1만 1500명의 올림픽 선수와 패럴림픽 선수를 포함한 약 10만 5천명의 올림픽 관련 방문객이 들어오는 점도 우려 요소다. 니카노 교수는 선수들이 서로 엄격히 격리되지 않는 한 작년 ‘코로나19 배양 접시’가 된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NHK에 따르면 다나카 다이스케 도쿄대 준교수 연구팀은 방문객 중 절반이 백신 접종을 끝낸 상태로 가정하더라도 대회 기간 사람들이 응원 활동에 나서거나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인파가 10% 늘어나는 경우 오는 9월 도쿄 신규 확진자는 올림픽을 취소했을 때 예상되는 확진자의 약 3.3배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림픽 주최 측은 선수들에게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병원 30곳을 지정하려 하고 있으며 의료 시스템에 이미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0명의 의사와 500명의 간호사를 ‘자원봉사자’로 모집 중이다.

올해 가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스가 내각이 이번 올림픽을 두고 “인류가 바이러스를 물리쳤다는 증거”라고 거듭 의미를 부여하는 상황도 모순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강행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올림픽 개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 80% 이상이 연기나 취소를 희망하는 올림픽. 누가 어떤 권리로 강행할 것인가”라고 올렸다.

앞서 대형 전자상거래 회사인 라쿠텐의 CEO 미키타니 히로시도 지난 15일 CNN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여론과 기업의 반대에도 올림픽 개최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쓴웃음을 지으면서 “잘 모르겠다”고 한 뒤 “솔직히 말하면 자살임무라고 생각한다.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키타니 회장은 “우리는 인도와 브라질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직 축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나가타 준 이사도 “현 보건 상황에서 사람들의 좌절감이 선수들에게 향하고 있는 것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2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일본에 대해 기존 여행경보 3단계인 ‘여행재고’에서 4단계인 ‘여행금지’ 권고를 발령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스가 총리와 만나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으나 이번 여행금지 권고가 도쿄 올림픽 개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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