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DB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학생 1인당 10만원 상당의 급식비를 지원해주는 서울시교육청의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 사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결식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 학생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편의점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탁상행정’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희망급식 바우처로는 편의점 제품만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살 수 있는 품목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흰 우유는 되지만 바나나 우유나 초코우유는 안 되고, 김밥은 되지만 삼각김밥은 구매할 수 없다. 관련 상품이 다 떨어져 구매할 수 없는 상황도 연출됐다.

이런 와중에 편의점업체는 7만원대에 상당하는 과일꾸러미 상품을 내놨다. 당초 식사 해결을 위해 지원하는 이번 사업의 목적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수업 학생들의 결식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학생들의 급식비를 지원하는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희망급식 바우처 지원은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초·중·고 학생 약 56만명 중 희망자에게 1인당 10만원의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교육청과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업무협약을 체결해 희망급식 바우처 사용액의 10% 할인과 개인별 통신사 멤버십 등 중복할인 혜택도 지원키로 했다.

사업 대상은 초등학생 24만 6105명, 중학생 17만 4111명, 고등학생 17만 4111명, 기타 2885명 등 총 55만 6982명이다. 총 사업비만 560억원이며, 교육청·시·자치구가 각각 280억원(50%), 168억원(30%), 112억원(20%)을 부담했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일부터 편의점 6곳(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이마트24) 총 8819개의 점포에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바우처로 구입 가능한 과일꾸러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바우처로 구입 가능한 과일꾸러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품목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편의점에선 도시락, 제철 과일, 흰 우유, 두유, 야채 샌드위치, 과채쥬스, 샐러드, 떠먹는 요거트, 훈제계란, 김밥(삼각김밥 제외)류만 구입할 수 있다. 인스턴트,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은 제한된다.

도시락이라고 해서 전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트륨 1067㎎ 이하, 열량 990kcal 이하, 단백질 11.7g 이상만 바우처로 살 수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항목까지 인지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골랐다가 다시 가져다 놓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한정된 품목에 일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 상품이 다 떨어지면서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편의점에선 바우처 사용을 겨냥한 한 7만원대 과일꾸러미까지 내놨다. 15000원대 상품부터 3만원대, 5만원대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와 관련해 네티즌들은 “편의점에서 결제 가능한 음식 찾아 헤매고 끼니 때우는 게 학생 위한건가” “편의점에 바우처 해당 되는 품목마다 죄다 품절품절, 헛걸음만 몇번인지” “직접 편의점에 가서 구매는 해보고 결정했을까”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영양소 섭취를 고려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다만 삶은 계란 등 일부 제품 제한에 대해선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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