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서 털곰팡이균 감염자(왼쪽에서 두 번째)를 치료하는 의료진. (출처: 뉴시스)
20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서 털곰팡이균 감염자(왼쪽에서 두 번째)를 치료하는 의료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중인 인도에서 치사율이 50%에 달하는 곰팡이균까지 유행할 조짐이다.

21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HT)에 따르면 인도 연방정부는 전날 델리고등법원에 19일 기준 인도에서 털곰팡이증(모균증)에 감염된 이의 수는 7251명이라고 보고했다.

털곰팡이증은 보통 흙이나 썩은 과일 등에 있는 곰팡이 때문에 생기는 희귀한 질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발표된 털곰팡이증 사례에 대한 검토 결과 치사율은 54%로, 폐로 전이된 사람의 치사율은 76%로 더 높았다.

여기에 털곰팡이증 치료제인 암포테리신은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20일까지 털곰팡이증으로 가장 심한 피해를 입은 주들 중 하나인 마하라슈트라주에서만 90명이 사망했다. 털곰팡이증에 감염되면 코피를 흘리거나 눈이 붓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털곰팡이증 감염은 인도에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의학저널 ‘미생물학’에 게재된 ‘인도 검은 곰팡이의 역학’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인도에서 털곰팡이증의 발병률은 수년간 증가해왔다. 1990년대는 연간 평균 12.9명이 발생했는데, 2000~2004년에는 연간 35.6명, 2006~2007년에는 연간 50명의 털곰팡이증 환자가 발생했다. 1990년~2007년 25건이었던 전체 건수는 2013~2015년 89건으로 급증했다.

20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털곰팡이균 감염자를 진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털곰팡이균 감염자를 진찰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털곰팡이증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가운데 발병률이 커졌다고 HT는 분석했다.

찬디가르 대학원 의학 교육 연구소의 아루날로크 차크라바르티는 지난 12일 HT에 “털곰팡이증 감염은 작년 9월과 12월 사이 전국 16개 센터에 걸쳐 2.5배 증가했다”며 “이번에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주 인도 연방 보건복지가족부는 많은 질병이 병원균과 싸우는 능력을 감소시키는 다른 건강 문제로 약물 치료 중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임상의들도 코로나19 환자에서 발견된 몇 가지 요인들이 털곰팡이증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 과정에서 염증 방지를 위해 스테로이드를 과다 복용한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털곰팡이증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산소 공급이 부족하고 나쁜 수질의 물을 섭취하는 것도 곰팡이균에 더 노출되는 한 가지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 곰팡이균은 흙과 배설물 등에서 발견되지만 공기의 작은 포자로 있기도 한다. 포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롭지만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털곰팡이증에 걸렸지만 병원에 늦게 도착하면 치사율이 더 커질 수 있다.

인도의학연구소(AIIMS)의 통증의학과 교수인 안잔 트리카 박사는 “이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그리 많지 않으며 인도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에 늦게 가서 치료 결과를 바꾸기 힘든 것이 주요 문제 중 하나다”라며 “곰팡이균이 질환으로 변하고 신체 여러 부분에 전이되는 이유는 면역력 저하와 방치된 당뇨병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