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노병의 경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1939~45년) 승전 추모행사에서 한 노병이 숨진 병사들을 추모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러시아 노병의 경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1939~45년) 승전 추모행사에서 한 노병이 숨진 병사들을 추모하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9일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에서는 대규모 퍼레이드 행사가 거행됐다.

나치 독일을 물리쳤던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1939~45년) 승리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도심 광장 한편에 세워진 승전 기념탑에서는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 병사들의 넋을 기리는 작은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행사 참석자들 모두는 붉은 카네이션을 들고 있었다.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 붉은 카네이션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국과 달리 러시아에선 붉은 카네이션이 전쟁 혹은 비극의 상징이다.

영국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가 쓴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에 따르면 2차대전 기간에 희생된 소련인은 2천5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퇴역 군인들을 지원하는 러시아 자선단체 '세대의 기억'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 붉은 카네이션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의 피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측면에서 붉은 카네이션은 러시아인들에게 더욱 깊은 의미를 가진다.

1910년대 후반 붉은 카네이션은 혁명의 상징으로 인식됐으며 한때 이 꽃을 모티브로 한 훈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째서 붉은 카네이션이 죽은 병사들을 위로하는 꽃이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종교적 측면에서 카네이션의 탄생 배경이 죽은 이를 위하는 꽃으로 사용되는 데 있어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떨어진 자리에 카네이션이 피어났다는 이야기가 기독교계에서는 전해져 내려온다.

이 때문인지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카네이션이 장례식용 꽃으로 쓰인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년 넘게 꽃가게를 운영했다는 옥사나 씨는 "붉은 카네이션은 정당한 일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열정과 용기를 표현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옥사나 씨는 "누구나 기억에 남는 날이면 붉은 카네이션으로 조상에 대한 추억을 새길 수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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