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27일, 3년 만에 영수회담이 열렸다. 3년 만에 이루어진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비단 상징적인 면은 차제하더라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민생문제가 조금이라도 해결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동발표문을 보니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성과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입장차만을 서로 확인한 것 같아서 말이다.

이번 영수회담에서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희망했을까? 아마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단연코 민생문제였을 것이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만 하고 서민들은 빚더미에 치어 헉헉대고 사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가 국민을 위한다고 연 영수회담이라면 최소한 무언가 하나쯤은 속 시원하게 해결되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번 영수회담을 앞두고 ‘영수회담 무용론’에 대해 이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예견한 바 있지만 그래도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답답하기만 하다.

어찌 보면 이번 회담은 예고된 실패였는지도 모른다. 많은 성과를 내기에는 이미 서로의 이해관계나 입장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여당안도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을 터인데 야당안이라고 해서 쉽게 봐줄 수만은 없는 것이 청와대였을 것이다. 또한 영수회담의 결과를 통해 야당 대표에게 무언가를 해결해 주었을 때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여권 내 대권주자들에 대한 눈치도 살폈어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야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이러한 판을 모르고 갔을 리 만무인데도 현실적으로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을 주장하여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영수회담의 장을 만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반값 등록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회담을 통해 민심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하니 정말 할 말이 없다.

3년 만에 이루어진 영수회담을 겨우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러 갔단 말인가! 서민들의 기대를 그렇게 보여주고 오니 뭔가 한 것 같은가 말이다. 국민에게는 그렇게 기대를 부풀게 해놓고 와서는 또 ‘내 탓이오’가 아니라 ‘네 탓이오’라고 할 게 뻔하지 않은가. 이번 영수회담을 준비하며 민심을 전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얻어냈어야 옳다.

2시간의 회담 동안 반값 등록금 대책은 대학 구조조정과 병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점에서 공감했을 뿐 구체적 입장은 서로 달랐다고 한다. 즉 손학규 대표의 내년 50% 인하 추진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긍정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도 대통령은 손학규 대표에게 협조를 구한 반면 손 대표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물론 가계부채, 저축은행 사건,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었지만 별로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으니 국민들 가슴에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이날 공동발표문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향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하여 발표한다”고 하니 원론적인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듯하다.

어찌되었든 간에 이번 영수회담은 서로의 입장차만을 재확인한 정도에 그쳤다. 첫 술에 배부를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내 대권주자로서 자리 지키기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청와대 역시 영수회담을 통해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는 쌓았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컨설턴트인 필자가 보기에 이번 영수회담은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제안하건대 다음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뿐만아니라 여권 내 현 유력주자인 박근혜 대표도 함께하여 실사구시적인 “영수회담”이 되길 바란다. 이번 영수회담처럼 이미지게임에만 몰입하다 보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후보에게는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정말 국민을 위한 해법이 무엇인지를 가지고 함께 고민하는 진지한 영수회담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간절히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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