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ㆍ폭우로 곳곳 정전사태..뱃길ㆍ하늘길도 끊겨
4대강 공사현장, 구제역 가축 매몰지 큰 피해 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당초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 북한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5호 태풍 '메아리'가 서해상을 따라 계속 북상함에 따라 26일 오후 7시를 기해 서해상을 제외한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번 태풍은 발달한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있는 가운데 몰려와 지난 21일 이후 태백 414mm, 보은 375㎜, 대전 364㎜ 등 전국 곳곳에 많은 비를 뿌렸다.

이로 인해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10만여가구가 정전피해를 당했으며, 1천200여㏊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는 등 적지않은 피해를 남겼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주변지와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는 다행히 둑 붕괴나 사체 및 침출수 유출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명 및 시설피해
이날 오후 2시께 경남 밀양시 산내면 한 하천에서 하천을 건너던 승용차가 급류에 휩쓸려 김모(47)씨 부부 등 모두 5명이 숨졌다.

또 이날 오전 11시1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문암생태공원 인근 무심천에서 중학생 A군(14)이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이던 경찰과 119구조대가 발견, 시신을 인양했다.

이날 오전 10시6분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에서 행인 김모(22.여)씨가 강풍에 쓰러지는 가로수에 머리를 부딪쳐 신갈강남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7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밝혔으나 집계되지 않은 인명피해도 있어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제주도에서는 강풍에 전선이 끊겨 애월읍 일대 300여 가구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는 등 전국에서 모두 10만5천여가구가 정전피해를 보았다.

폭우로 인해 충북 청원군 19번 국도를 비롯해 도로 13곳과 하천 18곳 등 공공시설 165곳에 피해가 발생했고 농경지 1천257ha가 침수피해를 당했다.

또 전남 여수, 진도, 강진, 해남, 영광 등지에 초속 10~20m의 강풍이 불면서 전국에서 비닐하우스 11개 동 7천100㎡가 무너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속출했다.

지리산에서는 등산객 60명이 대피소 4곳에 분산 대피했고, 설악산 중청 대피소 등에서 숙박한 등산객 46명은 하산 조치됐다.

◇강우량.기상특보
태풍의 영향권에 들기 전인 지난 25일부터 전국에는 발달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태백 414mm, 보은 375㎜, 대전 364㎜, 문경 333㎜, 정선 325㎜, 제주 206㎜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이날 하루 동안 산청 189.5㎜, 울산 159.0㎜, 함양 119.0㎜, 태백 111.5㎜, 경주 104.5㎜ 등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태풍 메아리는 백령도 서남서쪽 140㎞ 해상에서 서북서방향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서해상을 제외한 전국은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태풍 메아리는 월요일인 27일 새벽 북한 신의주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날 오후부터 비가 그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기상청은 그러나 아직도 전국 곳곳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고 경남 해안과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항공기ㆍ여객기 결항, 도로통제
제주공항은 전날 12편의 항공기 운항이 끊긴 데 이어 이날 오후 3시까지 46편의 항공기가 결항하고 40편의 항공기가 지연 운항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항공사들은 태풍이 지나간 오후부터 비바람이 잦아들어 항공기 운항이 차츰 정상화됨에 따라 특별기를 투입해 관광객을 수송하고 있다.

광주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7시 김포행 대한항공 등 모두 12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으며 오후 들어 일부 항공편의 운항이 정상화됐다.

울산공항에서도 오전 10시 김포에서 울산으로 향하는 대한항공을 포함해 이날 하루 모두 왕복 13편이 결항했다.

해상에도 강한 바람과 함께 높은 물결이 일어 제주와 부산, 목포, 인천 등을 잇는 6개 항로의 여객선과 서귀포시 모슬포∼마라도 등 2개 항로의 도항선 운항이 통제됐다.

충남에서는 이날 오전 7시20분 대천항을 출발해 원산도로 가려던 여객선이 운항하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7시30분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로 가려던 연안 여객선 등이 모두 운항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 이날 98개 항로 166척의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

또 충북 청주 무심천 하상도로 6.5㎞ 구간과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도로 33.9㎞ 구간이 이날 전면 통제됐다.

울산시에서는 북구 농소동 제전교와 인근 속심이교, 시례교 등 3곳이 불어난 물로 인해 한때 통제됐다.

◇4대강 사업현장ㆍ구제역 매몰지 큰 피해없어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개강 사업 현장에서는 이날 공사 관계자와 관련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비상대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 구간 가운데 하나인 광주광역시 남구 승촌보 공사 현장에서는 태풍으로 물이 붙어나자 가동보 4개 가운데 2개를 임시로 열어 범람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충남 부여군 금강살리기 6공구 부여보에서도 수위가 고정보(높이 4.2m)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 데다 장마를 앞두고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임시물막이(가물막이) 인공시설물을 모두 철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도 여주군 강천보 현장에서는 상류에서 흘러내린 물로 인해 강물의 수위가 크게 높아졌으나 임시물막이(해발 41.5m)가 높아 물이 넘치지 않았고, 강천보 인근 이보포에서는 6개 수문이 모두 열린 채 물을 하류로 배출했다.

이포보와 여주보 공사를 관할하는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이번 장마와 태풍으로 별 피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며 "남은 공사를 빨리 마쳐 앞으로 비피해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낙동강 사업 33공구 상주보 주변 하류 200여m 지점의 둑 150m가량이 씻겨 내려갔으나 붕괴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구제역 피해현장에서도 이날 매몰지 유실 및 침출수 유출에 대비해 공무원들이 출동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했다.

경기도의 경우 2천275개 구제역 및 AI(조류인플루엔자) 매몰지를 대상으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강원도도 태풍의 이동경로를 예의주시하면서 순찰 활동을 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태풍 메아리에 따른 호우주의보 등이 해제됨에 따라 27일 전국 초중고교의 등하교 시간은 조정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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