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고구려인들은 일월신(日月神)을 고분 벽화 말고도 벽돌 문양에 적용했다. 해는 양(陽)을 상징하는 남신, 달은 음(陰)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이 벽돌에도 남신은 이마에 삼족오가 들어 있는 태양을, 여신은 두꺼비가 있는 달을 이고 있다.

고대사서 고구려 기록에 등장하는 고구려 주몽 설화도 해와 달신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이다. 달의 여신 하백의 딸 유화가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와 야합해 임신해 알을 낳지 않는가. 달 속에 있는 두꺼비는 여신 설화다. 산해경 회남자(淮南子)에 ‘항아(姮娥)가 아홉 신들을 쏘아 죽인 죄로 인간세상으로 추방됐다. 항아는 불사약을 모두 집어먹고 하늘로 올라갔지만 그녀를 받아주지 않아 달에 머무르게 된다. 달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항아는 점점 지치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이 쪼그라들더니 결국 못 생긴 두꺼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은하수를 두고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견우, 직녀 설화를 고구려인들은 남녀 해후의 염원으로 여긴 것일까. 사후에도 이들은 해와 달로, 함께 영생하는 것을 꿈꿨는지 모른다. 

고구려 일월신전(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1.5.7
고구려 일월신전(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1.5.7

이 벽돌에 등장하는 남신의 꼬리는 용 모양으로 반전됐으며, 두 팔에는 날개를 달고 있다. 오른 발은 갈퀴와 같은 주먹모양인데 힘차게 뻗은 형상이다.

왼쪽 발은 선각으로 이뤄진 뱀과 같다. 해신 주위에는 땅에서부터 보상화가 길게 뻗었으며 오른쪽 나무는 무성하게 표현돼 있다. 해신 아래 하늘에는 가로로 1조의 선문으로 된 문양이 있다.

달신은 삼족의 양발을 넓게 뻗고 있으며 두 팔에는 날개가 있다. 양쪽에는 해신보다 더 많은 보상화 나무를 표현하고 있는데 생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며, 가운데 뱀 같은 물체를 장식해 놓았다. 벽돌 측면에 2조의 구곽(口廓)을 만들고 그 안에 ‘□▢千秋萬歲□▢’라는 명문이 보인다. 이 명문으로 미뤄 왕릉 급 고분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섞인 경질이다. 42x37㎝, 두께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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