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맨 왼쪽)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 터키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과 미셸(가운데) EU 상임의장이 나란히 앉은 가운데 의자가 없어 서 있는 모습. (출처: 터키대통령궁, BBC)
폰데어라이엔(맨 왼쪽)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6일 터키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에르도안(오른쪽) 터키 대통령과 미셸(가운데) EU 상임의장이 나란히 앉은 가운데 의자가 없어 서 있는 모습. (출처: 터키대통령궁, BBC)

같은 지위임에도 다른 의전

“내가 여자라서 일어난 일”

[천지일보=이솜 기자] “내가 만약 양복에 넥타이를 맸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요?”

터키를 방문했다가 차별을 받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당시 일로 상처 받고 혼자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는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대우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에서 “나는 EU 집행위원장이고, EU 집행위의 첫 여성 위원장이다. 이것이 내가 터키에 갔을 때 대우받기를 기대했던 자격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독일의 국방 장관을 지냈던 폰데어라이엔 의장은 이달 초 EU와 터키의 정상회담을 위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터키 대통령궁에서 만났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폰데어라이엔 의장에게는 의자를 내주지 않았고 미셸 상임의장만 에르도안 대통령과 상석에 앉았다. ‘에헴’ 소리를 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던 폰데어라이엔 의장은 터키 측에서 아무런 행동이 없자 결국 옆에 있던 긴 소파에 혼자 앉았고, 그의 맞은편에는 의전상 격에 맞지 않는 터키 외무장관이 앉았다.

EU 의전상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행정부 수반(총리와 대통령)과 같은 지위로 같은 예우를 받는 게 원칙이다. 이에 유럽 매체 등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소파 게이트’로 부르며 여성 차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폰데어라이엔 의장은 “유럽 조약에서는 내가 받았던 대우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그래서 나는 그것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전 회의 사진에서는 의자가 부족하지 않더라. 이전 사진들에서는 어떤 여자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당한 성차별 사건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과 영상 때문에 화제가 됐지만 그렇지 못한 사건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며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의장은 “내가 특권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세계 리더로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며 “그럴 수 없는 수백만명의 여성들은 어떨까. 우리 모두는 수천건의 유사한 사건들이 훨씬 더 심각하고 관찰되지 않으며 아무도 보거나 듣지 못하고 있음을 안다. 이 이야기들도 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미셸 상임의장도 엄청난 비난 속 해명에 나섰다. 그는 폰데어라이엔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터키 방문 목적을 훼손할 것을 우려해 당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며 다시는 이런 ‘의전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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