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경지대 집결한 러시아군을 촬영한 4월 10일 위성사진. (출처: Maxar Technologies via AP, 뉴시스)
우크라이나 국경지대 집결한 러시아군을 촬영한 4월 10일 위성사진. (출처: Maxar Technologies via AP,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서 수만명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를 해군과 함정으로 봉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들과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은 7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점령하면서 시작됐으며 최근 몇 주 동안 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우크라이나 인근 러시아군 증원 규모는 일주일 만에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이 처음 발생한 2014년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에 모인 러시아군의 수를 약 10만명으로 추산했다.

증강된 러시아군에는 낙하산 부대,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 첨단 전투기, 우크라이나 전역의 통신을 교란할 수 있는 전자전 시스템 등 잠재적인 공격 능력이 포함된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새로운 공격 단계를 시작할지는 알 수 없지만 몇 주 내로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러시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게 “새로운 (러시아) 제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러시아에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공격 행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무력시위의 동기는 뚜렷하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시험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공격 작전의 전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나토와 유럽에 대한 미 국방부 고위 정책 당국자였던 짐 타운센드는 이날 포린폴리시에 “일주일 전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상황을) 훨씬 더 걱정하게 됐다”며 “러시아 군비 증강은 임계 질량(critical mass)에 도달했다. 러시아가 훈련이 아닌 본격적인 작전을 계획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는 군대와 미사일 시스템이 혼합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어 “그들(러시아)이 약간의 압박을 위해 그렇게 많은 힘을 사용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이것은 단지 숫자에 관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배치하고 있는 병력의 유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예정된 해상훈련 기간 동안 크림반도를 둘러싼 흑해와 크림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전함 20여척이 이날 전투기와 함께 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위성사진에는 지난 16일 러시아 전투기들이 크림 공군기지 활주로에 늘어선 모습이 포착됐는데, 러시아 전투기 수는 알려진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매체 쿨레바에 따르면 러시아 낙하산 부대 1개 연대는 최근 에스토니아 접경지역인 북동 프스코프에서 크림반도로 이전했으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아조프해 얕은 해역에서 카스피해로 해군 함정을 이동시키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의 조기 외교-정책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9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나토에 합류해 러시아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러시아에게 군비 증강 상황 축소를 요구했다.

이날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군사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단계적 확대를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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