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수뇌부 비상, 경찰 기획수사 무리수 비판
중앙지검 평검사 회의 "경찰 주장은 검찰제도 부정"

(서울=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주재로 19일 열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합의 불발로 마무리되자 검찰은 20일 총리실에서 제출할 중재안과 국회 사법개혁특위 논의에 바짝 촉각을 곤두세웠다.

대검찰청은 검·경 수사권 조정 중재 회의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 충실히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 검찰 측에서는 황희철 법무차관, 조영곤 대검 형사부장, 이완규 대검 형사1과장이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127명은 이날 밤늦게까지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연 뒤 "검찰의 지휘ㆍ통제를 벗어난 수사권을 갖겠다는 경찰의 주장은 검찰제도를 부정하는 전근대적인 것이며, 수사권 조정논의는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하루 대검찰청 수뇌부부터 평검사들까지 일제히 나서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방위 설득 나서 = 대검 주요 간부들은 휴일임에도 청사로 나와 오후 박용석 대검차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국회와 총리실을 상대로 검찰 입장을 알리느라 바빴다.

대검 구본선 정책기획과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검찰 입장을 1시간여에 걸쳐 상세히 설명했다.

구 과장은 "경찰이 민생침해사범 등에 대해 자율적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현실을 법에 반영하고 전근대적 용어인 `복종'이라는 표현을 바꾼다는 여야 합의에는 검찰이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논의는 현실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검찰의 지휘권을 배제함으로써 수사체계를 변경하자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수사구조 변경은 공론장에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한다는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은 수사절차상 인권 보장을 위한 기본조항"이라며 "이를 없애면 실적을 의식한 경찰의 무분별한 입건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밤늦게까지 평검사회의 =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소속 평검사 127명은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7시간 동안 서초동 청사 15층 대회의실에서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한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회의를 마친 후 "경찰은 겉으로는 수사개시와 관련한 수사 현실을 법제화해 달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검사의 지휘에서 벗어나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을 갖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주장을 비판했다.

또 "경찰의 주장은 검찰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전근대적인 것이고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강화되는 세계적 추세에도 어긋난다"며 "국가 수사구조의 변경을 가져오는 중대한 논의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검토가 수반되는 더 큰 공론장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소법 학회 "수사권 조정 신중" = 한국형사소송법 학회(회장 김종구 전 법무부장관)는 이날 오전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현재 수사권 조정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학계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신중히 처리하자"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수사구조는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원칙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며, 판사와 검사에 의한 사법적 통제라는 현재의 수사구조도 이러한 고려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밝혀 검사의 통제 없는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에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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