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침출수 유출로 논란이 된 진천군내 4곳 중 이월면 사곡리 1174-12 사지마을 매몰지 이전 사전작업이 16일 시작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마 앞둔 구제역 매몰지 악취․벌레 투성

[천지일보=김지현․김예슬 기자] 구제역 침출수 유출로 논란이 된 충청북도 진천군내 4곳에 대한 구제역 매몰 이전 준비작업이 16일 시작됐다. 도에 따르면 이는 사체들로 인한 2차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가 되자 진천군 이월면 사곡리 1174-12 사지마을에는 탱크(액비저장시설) 본체 자재를 실은 크레인 한 대가 들어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 준비작업은 이전할 자리에 200톤짜리 탱크를 설치하는 것. 앞서 콘크리트를 바닥에 깔아야 한다. 19일경에는 사체를 옮기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콘크리트를 덮는 이유는 사체를 넣은 탱크가 무거워서 땅 아래로 가라앉아 발생하는 토양․수질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충청북도 농정국 축산과 관계자에 따르면 사지마을을 시작으로 다른 3곳에서도 차차 진행돼 다음 주에는 이전 작업이 마무리된다. 사지마을에는 소 152마리, 염소 2마리를 묻은 진천 제8구제역 가축 매몰지와 돼지 600마리, 젖소 117마리를 묻은 진천 제13매몰지 두 군데가 있다.

본지 기자가 방문한 진천 제8매몰지에서는 진천 제13매몰지보다 더 많은 가축이 매몰됐음에도 악취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진천 제13매몰지에서는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지만 비릿한 냄새가 났다. 논과 매몰지 사이에 있는 도랑에는 부유물이 떠 있었고 벌레들이 꼬여 미관상 좋지 않았다.

주민들은 정부가 매몰지 관리를 잘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여름이 다가오자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다는 주민 이옥희(67) 씨는 “가축이 매몰된 후부터 물을 끓여 먹거나 사 먹는다”면서 “시골 사람들은 지하수를 먹고 사는데 정부에서 매몰지 관리 외에도 수질관리를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이운구(71) 씨는 “마을을 지나다니거나 할 때 별다른 냄새는 안 나지만 만약에 앞으로 악취가 발생한다면 주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소식을 접한 한 주민은 “차라리 소각했더라면 정부도 주민들도 계속해서 이렇게 구제역 매몰로 신경 쓸 일이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면서 구제역 매몰 관련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지마을에서는 두 곳 외에도 인근 마을인 장관리 전원마을 매몰지에서 날아온 악취로 지난봄 고생을 치렀다. 특히 이곳에는 퇴비장도 있어 두 가지 냄새가 섞여 더 심한 악취가 났다. 한 주민은 “4~5월쯤 악취가 심해서 고생했다. 아이들도 나도 숨을 못 쉬겠다고 했었다”면서 당시 기억에 손사래를 쳤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구제역 매몰지 관리에 대한 내용을 정부가 시민, 환경단체들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오경석 사무국장은 “도나 군이 구제역 매몰지에 대한 정확한 위치, 오염 결과 등을 밝히지 않아 주민들은 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면서 열린 행정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이 지하수를 식수로 이용해왔기 때문에 지하수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아울러 사체 부패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올 위험이 있기 때문에 2차 오염 징후가 예상된다”면서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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