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패배로 ‘수도권 위기론’ 영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나라당 7.4전당대회가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당권주자의 대부분이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과 15일 연이어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박진(3선) 의원과 남경필(4선) 의원은 각각 서울 종로구와 수원 팔달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다. 또 출마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당권주자 가운데 홍준표, 나경원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서울 동대문구와 중구다. 이 밖에 원희룡(서울 양천), 심재철(경기 안양), 권영세(서울 영등포) 의원 등이 수도권에 포진해 있다.

반면 비수도권 출신으로는 친박계 유승민(대구 동구) 의원, 김형오(부산 영도) 전 국회의장, 친이계인 이군현(경남 통영) 의원 정도가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현재 물망에 오른 모든 당권주자가 전대에 출마한다고 가정하면 비수도권 출신 후보 수는 수도권 출신에 비해 훨씬 적다.

당권주자의 수도권 편중 현상은 최근 점증하고 있는 ‘수도권 위기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분당을 보궐선거 패배로 수도권이 더 이상 한나라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데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구의 상당수가 한나라-민주당 간 박빙 지역으로 나타나는 등 수도권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만약 수도권을 내준다면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공산이 크다. 수도권 의원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산 남구 출신인 김무성 의원이 16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내세운 논리도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를 치르려면 수도권 출신이 당 대표가 되는 게 낫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말은 유승민 의원 등 비수도권 출신에게는 “전당대회에 나가지 마라”고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종의 견제구가 돼버린 셈이다.

만약 김 의원이 불출마의 이유로 책임론을 거론했다면 그 화살은 같은 친이계인 원희룡 의원과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전임 지도부를 향할 가능성이 컸다. 김 의원에 앞서 ‘당권 레이스’에서 이탈한 정두언 전 최고위원과 이재오 특임장관은 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을 언급해 결과적으로 전임 지도부에게 부담을 안겨줬다.

하지만 책임론 대신 수도권 출신 대표론을 언급함으로써 그 화살은 전임 지도부 대신 유승민 의원 등 비수도권 출신에게 가게 됐다. 이에 유 의원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괴롭게 고민해서 말씀하신 것인데 맞다 틀리다 말하기는 미안하다”며 말을 아꼈다.

수도권 출신 후보란 점이 전당대회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출신 지역은 당 대표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총선 승리=수도권 사수’라는 등식을 21만 명의 선거인단에게 어느 정도나 인식시킬 것이냐에 따라 ‘수도권 출신 대표론’의 효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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