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은 비교적 다양하다. 각각의 인물을 조명하는 방식, 한 시대를 조명하는 방식, 사건을 조명하는 방식 등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보통 이 같은 방식들은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거나 특정 시대사를 국한해 서술해 나간다. 이 경우 비교적 세밀하게 사건과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자칫 ‘역사의 단절’이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물론 숲을 보는 방식과 나무를 보는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학습법이 선행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 책은 이런 맥락에서 역사의 ‘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춰 사건과 사건의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한국사 100대 사건을 통해 고조선부터 광주 민주화운동까지를 관통한다. 시각적으로 흥미를 이끄는 도판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 이자겸의 난
인주 이씨인 이자겸은 인종의 외조부이자 장인이다. 인주 이씨는 개경 최고의 문벌귀족으로, 11대 문종에서 17대 인종에 이르기까지 80여 년 동안 다섯 명의 왕에게 아홉 명의 왕비를 들였다. 이들은 외척으로서 정치에 개입해 왕권과 대립하며 부와 권력을 독점했고, 그 정점에 이자겸이 있었다.

알다시피 인종은 무신 척준경을 이자겸과 이간질시켜 이자겸을 제거했다. 난을 일으킨 이자겸은 그렇게 체포돼 유배된 지 몇 달 만에 사망했고, 인종의 왕비였던 이자겸의 두 딸은 궁궐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 책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목은 이 다음이다. 책은 “이자겸의 난을 필두로 고려는 150여 년 동안 반란의 시대를 겪는다. 12세기 들어 문치(文治)의 극성기를 거치면서 권력 독점이 심해지고 지배층이 분열됐으며, 이로써 관료 사회가 흔들리고 민심 이반이 뚜렷해졌다. 이자겸의 난에 이어 이 같은 내부 분열상을 드러낸 것이 바로 묘청의 난”이라고 역사적 맥락을 훑는 총체적인 분석을 한다.

이근호·박찬구 지음 / 청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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